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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Aug 05. 2020

스무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3)

너무나 아쉬운, 나의 황금기(Golden age)

너무나 아쉬운나의 황금기(Golden age)                                                  

  최근에는 초등학교 진학 전부터 취미반으로 축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90년대 후반에는 초등학교 3~4학년에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초등학교 6학년 11월에야 제대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으니 2년에서 3년 정도 늦게 시작한 셈이었습니다. 골든에이지(U-12~U-16)에 포함되는 시기 중 2년이 늦었으니 그 차이를 따라가는 것이 쉽진 않았습니다.     

 

  늦은 시작으로 인한 간격을 좁히기 위해 중학교 내내 저녁 개인 운동을 쉬지 않았습니다. 노력이 빛을 발해 2학년 때부터 3학년 경기에 간간이 교체로 뛰며 축구선수로서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늦게 시작한 동기들이 많았기에 저희 학년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습니다. 연습경기에서도 지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구력에서 오는 차이를 짧은 시간 내에 극복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는지, 그냥 짜증이었는지 아니면 그때는 다 그렇게 했던 건지 모르겠으나 참 많이 욕먹고 혼났습니다. 때로는 맞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한 겨울에 운동장에 언 얼음 위에  서 머리로 엎드려뻗치는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되는 시기였나 봅니다. 그로 인해 운동장에서 항상 저를 따라다녔던 눈치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허무하게 놓쳐버린 성장의 기회

박지성 선수가 졸업한 안용중과의 연습경기에 3학년 경기에 올려 뛰었습니다. 후반전 교체로 들어갔는데 2년을 유급했다고 소문난 선수를 제가 너무 잘 막았습니다. 다음 경기에는 3학년 경기에 선발로 나섰습니다. 그때 잘했어야 했는데 감독님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던 저의 경기력은 형편없었고 두 경기 만에 다시 후보로 내려앉게 되었습니다. 그때 자신감을 갖고 주전이 되기 위해 경쟁을 했다면 어땠을지 아쉽기만 합니다. 

 

  늦게 시작한 동기들이 모여 열심히 했지만 3학년이 되었을 때 지역예선은 물론이고 전국대회에서도 이겼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 시기에는 전국대회가 조별리그 없이 바로 토너먼트로 진행이 되었기에 경기 경험을 쌓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3학년 시기였지만 여름이 가까워지자 팀의 경기력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전국대회에서도 기대를 해볼 만하다는 평을 들으며 마지막 대회에 나섰습니다.      


  1회전을 이기고 2회전에서 만난 상대는 연습경기에서 항상 이겼던 팀이라 여유 있게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 상대팀에서 우리 팀에 부정선수가 있다는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우리 팀에 2명의 유급생이 있었는데 관련 서류를 체육부장님이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실격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운 중학교 시절을 마치고 부평고로 진학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명문인 부평고는 당시에는 인천에 있는 중학교에서만 선수를 수급했는데 17명의 신입생 중 만수중학교에서는 저를 포함하여 3명이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부평고의 젖줄인 부평동중에서 9명, 제물포중에서 5명, 만수중학교에서 3명이 진학을 하게 되었는데 부평동중과 제물포중을 졸업한 친구들은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던 친구들이었기에 힘든 경쟁이 예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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