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찾고 있습니다.

by 박수종

코로나가 시작되던 때 갑작스럽게 편찮으신 엄마를 모시고 오게 되었다. 고 3 아들 포함 다섯 식구가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힘겨운 생활이 시작 됐지만 이미 하기로 약속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강의를 한 학기 했었다.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수업이라 준비에는 몇 배의 노력이 들었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농담 하나 하기도 어려웠다. 대면수업 중에는 분위기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유머를 섞어가며 강의가 잘 흘러가는데 온라인 수업은 모든 걸 계획 하에 다 찍어놔야 해서 어려움이 컸다.


PPT 장마다 해당하는 강의를 녹음해야 했는데 중간에 실수를 하거나 외부의 소리가 들어가면 그 페이지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온라인 강의가 처음이라 익숙지 않기도 했지만 여러 좋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한 학기를 힘겹게 마치게 되자 당분간 강의는 못 하겠다는 생각에 다 그만뒀다.


코로나가 끝나면 집에서도 가깝고 열의에 넘치는 학생들이 있는 보육교사 교육원 두 곳에서 다시 강의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와 유아 수 급감으로 보육교사가 필요하지 않게 되자 학생 모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강의하던 두 곳의 강좌가 사라져 버렸다. 새삼 지방으로 강의 자리를 찾아 멀리 다니기엔 체력도 받쳐주지 않고 하루아침에 25년 가까이하던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석사 학위로 오래 버텼다는 걸 알지만 강의하는 일을 좋아했기에 마음이 많이 공허했다.


‘지금이라도 박사과정에 들어갈까? 전공을 바꿔 석사 학위 하나를 더 받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에 브런치를 알게 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써보려 했던 내용은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주제들이었다. 강의노트처럼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책 육아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큰 애 낳고 했던 책으로 하는 여러 가지 활동들과 <잠수네>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고 시작했던 집에서 했던 영어 활동 등도 하나하나 풀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내용은 쓰기 싫다.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를 발견하고 알아나가는 글을 쓰게 되었고 그게 더 신나고 재밌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내 일을 다시 찾고 싶다.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새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고 싶다. 그렇게 찾은 내 일을 하고 싶다. 친구들과 노는 일을 좋아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노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지만 일을 하지 않고 계속 놀기만 하니까 노는 일로만 내 삶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 키우고 일하느라 바쁠 때는 세계여행 다니고 한 달 살기 하는 일이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막상 한가해지고 나니 그런 일로만 내 삶을 채우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일이 내 삶의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교재에 있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따라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면 이제는 내가 찾아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매일 출근하듯 해봐야겠다. 다 놀고 나서 남는 시간에 하는 일이 아니라 일이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시간에 놀고 휴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그 일을 기다리고 있다. 노는 일은 줄이고 좀 더 본격적으로 일을 찾아보자는 결심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영혼의 소리를 따라가 보자. 나를 더 자주 만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글쓰기가 그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와 친해지고 나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전처럼 외부에서 위안을 얻고 남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난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나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 뿌리를 나의 영혼의 대지가 꽉 잡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나의 나무는 자란다. 무럭무럭 커지고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좀 더 많은 영양분과 물을 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햇빛, 그동안 그 햇빛을 가리고 있던 먹구름을 쫓아버릴 도구를 찾아다녔다. 그 먹구름 속의 비가 말끔히 다 사라지길 기다린다. 이제 조금씩 빛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 온전한 화려한 빛도 아니고 때때로 먹구름에 가려지곤 하지만 전 같은 심각한 구름은 아니다. 가볍게 지나가는 구름이다. 이제 드디어 그 빛이 나의 나무에 가 닿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온전한 나무가 되길 원한다. 다시는 뽑혀 내버려질 잡초가 아니라 열매를 맺는 나무로 자라고 싶다. 지나가는 작은 벌레 따위에 갉아 먹혀 쓰러질 약한 나무가 아니라 크고 울창해져서 새와 사람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커다란 나무가 되고 싶다. 그렇게 커다란 나무가 되는 중에 내 일도 찾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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