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종 Jan 16. 2024

제주도에서 파랑새를 만났다!

제주도에서 파랑새를 만났다. 섭지코지에서였다. 동화책에서나 나오던 파랑새가 내 눈앞에 있었다. 진한파랑과 회색, 검은색 깃털이 섞여 있는 처음 보는 아름다운 새였다. 바다색처럼 진한 파란색과 그린다고 해도 그렇게 정교하게 그리기 힘들 것 같은 비현실적인 눈매며 깃털무늬에 흥분해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푸드득 날아갔다.


다행히 다시 와주었고 사진을 찍었다. 새가 멀리 날아가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틈을 조금은 준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해에 파랑새를 만나다니! 올해 행운이 가득할 거 같고 좋은 징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섭지코지에서 본 푸른바다 직박구리
사진을 보고 그린 푸른 바다 직박구리

나중에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푸른 바다직박구리’라는 이름의 새였다. 그리고 이 새와 관련된 신기한 일이 있다. 사진 갤러리를 보니 제주도 여행 가기 한 일주일 전쯤 김설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너무 예쁜 새 사진을 올리 셨길래 한 번 그려봐야지 하고 저장해 놓았는데 같은 새였다!!

김설 작가님 인스타그램 사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우린 만날 운명이었나? 자연과 나 사이에 알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가 늘 새나 동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내 눈에 띄었나 보다.


동물이나 새에 관심이 많아서 산책길에 새나 작은 동물들을 보면 한참 바라보고 사진도 찍는 일이 많긴 하다. 집 주변의 까치나 참새, 가끔 까마귀와 이름 모를 회색의 새들을 보면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 새의 비현실적인 모습에 감탄할 때가 많다. 그 부리와 깃털의 모습, 날개를 쫙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 모두 신기해서 숨죽이며 쳐다본다.


특히 제주도의 바다와 숲 속엔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아 늘 주변을 살핀다. 신기한 무언가를 마주치고 싶은 마음을 한가득 품고 돌아다닌다.

송악산 바닷길을 걸을 때도 물의 움직임이 조금 다른 곳에서는 한 참을 쳐다보며 뭔가가 내 눈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가끔 고래가 나타나기도 한다던데 혹시 고래일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기한 바다생물일까' 기대하며 카메라를 확대해서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이때 진짜 고래가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인어를 볼 수 도 있지 않을까’라며 마음속으로 고래와 인어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곤 했다.


12월에 다녀온 장욱진 전시회에서 본 그림 속에는 어디에나 까치가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까치를 늘 그려 넣었다.

장욱진 화가의 까치가 있는 그림들

 나도 그림을 잘 그린다면 인어와 푸른 바다 직바구리가 있는 제주도 바다를 그려보고 싶다. 장욱진 화가가 본인 그림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까치를 그렸듯이 나는 인어와 푸른 바다 직바구리를 여기저기에 그려 넣어보고 싶다. 볼 순 없지만 내 머릿속에선 현실보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을 재현해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화가들이나 영상제작자들이 부럽다.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색의 바다 위로 사람과 닮은 인어가 잠시 고개를 내밀어 나를 응시하다가 꼬리지느러미를 한껏 솟구쳐 작은 파도를 일으키며 바닷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섭지코지를 오르면서 사실은 인어가 푸른 바다 직바구리를 시켜서 만나서 반가웠다는 소식을 전해준게 아닌가 하는 어린애같은 상상도 해본다.


작년부터 제주도에 자주 간다. 제주도에서 1년 살기 하는 친구도 있고 친한 후배들이 제주도를 좋아하다 보니 걷기 좋은 숲길과 좋은 곳에 자주 가게 되었다.


새로운 제주도를 알기 전에는 중문단지에 있는 관광지만을 제주도라고 생각해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갔었기에 테디베어 박물관이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같은 곳과 비싸기만 하고 그다지 맛은 없는 관광지 음식과 호텔에서 머무는 게 다였다. 제주도에 가느니 일본이나 대만에 가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친구들이 알려준 제주도는 내가 알던 곳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식한  숲길들의 매력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사려니 숲, 교래 자연 휴양림, 치유의 숲, 송악산 둘레길과 바닷길, 비자림 숲, 섭지코지 등 좋은 곳이 많았다.


숲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된다. 실제로 여행 간 첫날엔 늘 몸이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았다. 타이레놀을 먹고 겨우 힘을 내서 숲 길을 걸었더니 점점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가 왜 제주도에서 1년살이를 하는지 후배들이 제주도에 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가는지 알게 되었다.


숲 속에 들어가면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특히 그런 기운이 더 많이 느껴지는 곳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간 비자림 숲의 천년 된 나무와 흔히 보기 힘든 기괴하기도 한 모습의 나무들과 나무의 뿌리가 다 드러난 독특한 지형의 광경이 자연 그대로의 장엄한 모습으로 신비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비자림 숲 모습


이런 곳이라면 상상 속의 동물이나 존재를 만나는 게 이상하지도 않을 것 같다.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영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자연과 분리된 채  잊고 있던 편안함과 에너지를 느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숲길들과 거기서 마주치는 새와 동물들이 나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울의 카페에서 보는 풍경은 많은 자동차와 높은 빌딩, 표정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몇 주 전 파랑새가 준 힘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자연의 힘을 충전하기 위해 어디론가 또 떠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50년 만에 다시 찾은 창경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