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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Sep 09. 2022

나는 통통한 다이어터 입니다.

 내 나이 54세 아직도 식단일기를 쓰고 늘 먹는 것을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도 통통한 편이고 먹는 것에 집착한다. 남들에게는 건강 때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그래 라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직도 깡말라서 모든 옷이 멋지게 잘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이상향은 헬렌 니어링이다. 스스로 키운 자연에서 온 음식만을 적당히 절제해서 먹고 죽음까지도 두려움 없이 곡기를 끊음으로써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지향한다.  나는 모든 일에 이중적이다. 가장 원하는 모습은 이런 모습인데 일상 속에서 맛있는 고기 요리와 술을 마실 때 가장 행복하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과 시원한 맥주를 앞에 두고 있을 때의 행복감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그 두 가지를 현명하게 적절하게 잘 병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늘 극단적이다. 한 번 그렇게 음식과 술 파티를 하고 나면 그 흐름을 타고 계속 이어져서 며칠간 힘들게 한 다이어트가 도로 원상복구가 되고 만다.


    지금까지는 이런 식습관과 나의 인생의 모습, 삶의 모습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4년 전 저탄 고지가 한창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미니멀 라이프 카페에 소개가 되었고 한번 해볼까 배고프지 않은 다이어트라니 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고기 종류는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었고 밥, 빵, 면, 당분만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음식을 예외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기를 든든히 먹으니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기존의 저열량 다이어트처럼 간도 없는 맛없는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는 방식과 달리 맛있는 것도 어느 정도 먹을 수 있어서 나에게 딱 맞는 다이어트 같았다. 또 가공식품을 먹지 않으니 건강에도 아주 좋았다. 거의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매일 저탄 고지 카페에 들락거리면서 새로운 저탄 고지 레시피대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재미도 있고 살도 많이 뺐다. 거의 5~6 킬로그램이 빠졌고 피부가 좋아지고 젊어 보였다. 생기가 돌았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20 대에도 늘 에너지가 부족했고 피곤했고 속도 안 좋아서 병든 닭같이 늘어져 있었다. 정신적으로는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렸었다. 그건 내가 무슨 철학적 신념으로 그렇게 된 게 아니었다. 늘 에너지가 부족하고 나쁜 음식들로 제대로 영양이 공급되지 못하니 우울하고 피곤하고 지친 거였다. 지금도 가공식품과 외식을 많이 할 때 우울해지는 걸 느꼈고 없던 갱년기 증상들도 나타나는 게 느껴졌다. 에너지가 부족하니 달고 자극적인 음식이 당겨 초콜릿은 늘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먹었고 한창 패스트푸드점이 생겨나는 시기라서 케이 에프 씨, 맥도널드, 웬디스 햄버거 같은 음식을 주식으로 먹고 저녁에는 맥주와 자극적인 안주를 먹고 마셨다.


   다음날 늦잠을 자도 몸이 쳐지고 힘들었다. 그 생활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결혼해서도 음식을 열심히 만들 때는 만들었지만 그런 자극적이고 맛만 생각하는 음식을 사 먹고 시켜먹고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렇게 먹으니 피부도 칙칙해지고 잿빛 같은 낯빛이 되었다. 내 40대는 늘 그런 모습이었던 거 같다. 밀가루와 가공식품을 먹는 것이 날 나날이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다시 살이 쪘고 여전히 그런 음식들과 맥주를 마시는 날들이 있지만 다음날 다시 자연식과 그린 스무디를 마시고 정화한다. 그러면 다시 힘이 채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생각보다 내 의지로 사는 게 아니었다. 음식이 내 기분과 삶의 의지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은 살이 많이 빠지지 않아도 여전히 자연식품을 먹으려 노력한다. 케일 스무디를 매일 먹으려 하고 좋은 과일과 채소, 건강하게 자란 고기들을 먹는다.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팔로우하며 다시 자극을 받고 나를 다잡는다. 그런 책들도 수시로 빌려 읽는다.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데는 꽤 많은 도움과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한 번 결심하고 오래도록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도 봤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했다. 오엔 겐자부로의 <읽는 사람>이라는 책에서 어릴 때 <허클베리 핀>을 읽고 어떤 결심을 하고 평생 그 결심대로 책을 쓰는 절제된 삶을 사는 걸 보고 이런 사람들은 그냥 태어나는 건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정혜윤의 <사생활의 천재>에 나오는 다큐멘터리 감독도 긴 시간 동안 호랑이를 담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리는 모습은 나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저런 사람들은 나와 다른 종족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존경스럽고 멋졌지만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좌절했다. 이제는 그런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그냥 자포자기하기보다는 그런 나를 인정하고 그런 나니까 계속 가르치고 계속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달래 가며 나아간다. 그렇게라도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컨디션으로 사는 거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예쁘게 생긴 케이크, 먹음직스럽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튀긴 육류, 소스 범벅이 된 반찬들은 정말 맛있고 먹을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그 후에는 여러 염증을 일으키고 내 몸에 이상을 일으켰다. 그게 젊을 때는 조금 칙칙해진 안색 정도였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부터는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기본적인 집안일도 힘들어졌다. 몸에 병도 만들어냈다. 손목에 통증이 생기고 눈에도 문제가 생기고 난소낭종으로 두 번이나 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자궁내막증도 심해서 호르몬 주사를 맞고 40대 초반에 강제 폐경이 되었다. 그냥 방치했을 때 자궁내막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때 어느 의사도 음식을 가려 먹고 스스로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먹는 음식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그냥 내 몸이 그런가 보다 하고 수술하고 여성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호르몬 주사를 계속 맞았다. 지금은 그 모든 병이 가짜 음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책을 보고 음식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채식이니, 육식이니 저탄 고지가 문제가 아니라 자연식이 답이었다. 가장 건강한 식재료로 가공의 과정을 최소화해서 먹는 것이 정답이었다.


   더 관심이 있거나 몸이 안 좋은 경우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을 알아보는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나 부족한 영양소를 알아보는 검사를 해보면 도움이 된다. 내가 검사를 해보니 난 내가 그동안 그렇게 좋아했던 밀가루와 유제품, 닭고기 등에 높은 알레르기 수치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남들은 먹으면 금세 속이 꺼진다는 잔치국수를 먹고도 명치가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피자나 파스 타을 먹으면 위염이 도지는 느낌이 들었던 거였다. 보리에도 알레르기가 있어서 맥주도 나에게는 최악의 음식이었는데 그렇게 마셔댔으니 내 몸이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거였다. 내 한 몸 건사하기가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위염은 늘 달고 살았고 거기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위경련이 일어 엠블런스를 타고 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모든 병이 그런 가공식품과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 탓이었다. 진짜 음식이 아니라 가공되고 오로지 맛만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 같지 않은 음식들이 여러 증상을 일으킨다.


   오늘도 이런 글을 쓰며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 싶은 내 마음을 다독거려본다. 다음에 친구들 만날 때까지 좋은 음식 먹으며 기다려보자.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혼자 집에서 지낼 때는 좋은 음식을 먹는다 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사람들과 만날 때까지 내 식단을 고집하고 혼자 다른 음식을 먹을 만큼 단호한 성격이 못된다. 사람들과 만날 때는 튀긴 음식, 그림 같이 예쁘게 생긴 케이크도 다 먹는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서 되도록 내 식욕 호르몬이 망가지지만은 않도록 하면 된다. 그런 음식을 계속 먹게 되면 호르몬 체계가 망가져 배가 불러도 계속 탄수화물과 가공음식이 당기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때는 내 의지로 멈출 수가 없다. 그런 악순환에 지금도 가끔씩 빠지기 때문에 너무도 잘 안다. 나는 건강과 영양, 다이어트 관련 책들을 수십권 읽었고 지금도 내가 저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다시 읽는다. 다시 읽고 경각심을 갖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왜 이모양 이지하며 좌절하지 않는다. 그런 좌절은 평생 해봤다. 이제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좌절하고 나 자신을 비난하고 불평만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냉소적 말들을 쏟아내는 그런 짓은 충분히 해왔다. 아무것도 남지 않고 나 자신을 갉아먹는 삶의 자세였다.


   이제는 아 또 호르몬 체계가 고장 났구나 다시 해보자 이렇게 힘을 낸다. 그렇게 가는 거다. 남들이 볼 때는 늘 통통한 아줌마지만 이렇게 많은 생각과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간다. 사는 데에는 많은 관심과 정성이 들어가야 겨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난 자극적인 것에 취약해져 있어서 더 쉽게 유혹에 빠지고 그걸 다시 되돌리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사람인 거 같다. 이렇게 적지 않은 나이에도 나를 알아가고 한 발씩 나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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