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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Sep 23. 2022

< 나의 해방 일지 >에서 찾은 비폭력 대화

비폭력 대화법

올해 초 < 나의 해방 일지 >를 재밌게 봤다. 그 드라마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작은 미소들이 많이 지어졌다. 그리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비폭력대화가 생각이 났다.


부모교육을 강의하면서 공부하게 된 비폭력 대화, 부모교육 교재에는 간단한 비폭력 대화에 대한 용어 설명 정도만 나왔다.

첫째,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둘째. 그 상황에 대한 나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표현한다.

셋째, 그 상황에 포함된 나의 욕구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부탁한다.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긍한다.


이런 과정을 학구적인 어조로 설명하고 있다. 그 간단한 내용만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마셜 B. 로젠버그의 < 비폭력 대화 >를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그 책을 읽고 인간관계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희미한 답이 보이는듯했다. 인간관계의 많은 문제는 자신의 진짜 욕구를 표현하는 대신 돌려서 표현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평가의 방식으로 대화함으로써 유발된다.


< 나의 해방 일지 >의 미정이는 그동안 그런 대화 방식과 주변만 빙빙 도는 관계들에 지쳐왔다. 우리가 보편적 연애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썸 타기, 밀당, 이런 과정 없이 자신의 욕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나를 추앙해요” 이 말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일상적으로 잘 쓰지 않는 단어고 글로 봤을 때와는 다르게 말로 표현됐을 때 많은 오글거림을 유발했다. 그러나 미정이가 본인의 욕구를 들여다봤을 때 사랑만으로도 부족함을 느꼈고 추앙이란는 단어가 자신의 현재 욕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정이는 한 번도 채워져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충분하다고 생각할 만큼 사랑받고 인정받은 기억을 떠올려보니 나에게도 항상 그런 목마름이 있었던 거 같다.


누군가를 만나 화가 나고 서운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만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나에게 중요한 사람일 때 그 감정은 분노를 일으켰고 상대방에 대한 심한 비난과 비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어서 기대가 높았을 때 분노나 비난의 수위가 더 높아진다.


어른들도 자신의 저 깊은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몇 꺼풀 감춰져 있는 베일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면 진짜 욕구를 찾을 수 있다. 그 진짜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 비폭력 대화다.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부탁하는 대화를 했을 때 정말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정이는 자신의 현 상태를 표현하고 –“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다. "

자신의 욕구를 이야기한다 - “나를 추앙해요.”

그리고 자신도 그런 추앙을 구 씨에게 한다. 구 씨가 떠오를 때 불쑥 톡을 보내고 읽었나 왜 안 읽나, 왜 답장을 안 하나 하는 밀당이나 불안감 없이 그저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다.


구 씨가 심하게 정말 심하게 술을 마셔도 미정이는 아무 말 없이 술잔을 채워 준다. ‘ 정말 사랑한다면 건강 생각해서 못하게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스쳐갔지만 그건 충분히 채워지고 난 후가 되면 스스로 자기 몸을 돌볼 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온전한 사랑과 공감, 그냥 ‘너 가 옳다’는 지지만이 그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랑이 충분해지고 가득 차게 되면 자신에 대한 사랑도 되찾게 될 것이다. 조건 없이 답을 기다리지 않고  온전한 사랑을 주는 것. 그런 편안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만 그래 보지 못했고 그럴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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