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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Oct 07. 2022

술보다  술에 대한 책을 더 좋아합니다.

술도 좋아하지만 술에 대한 책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사랑하는 것을 알아보고 파보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거 아닐까?

가장 좋아하는 책은 캐롤라인 랩의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이다.

어쩔 수 없이 망가져버리는 사람의 내면과 실제상황을 솔직하게 써나간 책으로 흥미진진하다.


사람이 왜 자신을 파괴하는가?

작가도 그것이 궁금했는지 부모님의 인생도 들여다보고 유전적 원인도 찾아본다. 의지로 되지 않는 일,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힘들게 다이어트를 하고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 상태도 비교할 수도 없이 좋은 줄 아는데도 다시 술과 나쁜 음식을 먹는 원래의 습관으로 자주 돌아간다. 왜 그럴까? 늘 의문이었는데 나쁜 습관이란 생각보다 여러 복잡한 원인들이 얽혀 있는 거였다. 단순히 의지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갖고 있던 나쁜 습관들의 유전적, 심리적, 사회적 원인을 깨닫고 나를 이해시키고 더 이상 거기서 얻을 것이 없음을, 오히려 고통이 가중됨을 계속 알리고 변화시켜 나가는 일을 수십 번 수백 번 거쳐야 겨우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과정이다.


“AA 모임에서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는 알코올 중독의 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의 인격이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다. 술은 우리가 성숙한 방식으로 A-B로 이동하려면 겪어야 하는 힘든 인생 경험을 박탈한다. 자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두려워하는 것, 좋아하는 느낌과 싫어하는 느낌, 마음이 평안을 얻는데 필요한 것-도 알 수 없게 된다. 알코올은 우리에게 보호막을 둘러쳐서 자기 발견의 고통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준다.”


술뿐 아니라 다른 중독적 행위들은 인생에서 겪어야 할 두려움, 고통, 나를 알아나갈 기회를 빼앗는다. 그 모든 걸 손쉽게 덮어버린다. 편하고 기분 좋게 망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 순간뿐 문제는 다음날 더 크게 다가온다.


최근에 읽은 책은 박미소의 <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어느 알코올 중독자의 회복을 향한 지적 여정 >이다. 술을 좋아하다 알코올 중독에까지 간 중년 여성의 술에 관한 지적인 해석이다. 왜 알코올에 취약한지, 중독에 더 잘 되는 유전자가 있는지 환경의 영향은 어떤지 이런 고찰을 써 놨다. 글은 적당한 무게감과 개인적 까발림으로 아주 재밌게 읽힌다.


나도 술이 먹기 싫은데 마신적이 많다. 이번 주처럼 아무 약속이 없거나 식구들이 없어서 지루한 나날이 많을 때,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습관적으로 몸이 움직인다. 의지력을 발휘하기 전에 잔에 맥주를 꼴꼴꼴 따르고 있다. 내 의지력에 잠시 눈을 감는다. 술 마신 후 배가 찢어질 듯 부르고 불쾌하다. 그 시간을 재밌고 의미 있게 보낼 일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습관적으로 다가간다.


다니엘 슈라이버의 <어느 애주가의 고백-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는 내가 술을 그만 마시고 싶어 했지만 어떤 계기가 필요했을 때 만난 느낌의 책으로 조곤조곤 공감되는 이야기를 해준다. 왜 술을 마시는지 왜 끊기 어려운지에 대해. 인생의 낙오자 같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 그냥 누구나 평범한 가까운 친구랑 아무 일 아닌 듯 이야기하는 술 문제가 실상은 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 더 공감이 갔다.


빈 시간과 빈 공간의 공허함을 그냥 견뎌내기 어려웠다. 날 마주하는 시간, 두 눈을 부릅뜨고 나의 현재를 지켜봐야 하는 시간을 자꾸 유예했다. 내 삶을 지켜보며 진지하게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내가 채워나가야 했는데 내가 살아야 했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손쉬운 술을 선택해왔고 그게 습관이 된 거다.

매일 해야 하는 일상들, 집안일, 많은 약속들 모두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것 모두 소중한 내 삶이었는데. 그런 순간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된다. 화려하고 멋진 순간만을 기다리며 현실의 일상의 시간들을 낭비하는 삶은 결국 텅 비어버린 삶이다. 내가 기다린다는 화려하고 멋진 순간이 뭔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이젠 더 이상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 술을 마시는 한 나는 내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도 절대로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어느 애주가의 고백> 중에서


이 외에도 재밌는 술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다. 김혼비의 < 아무튼, 술 >, 클레어 풀리의 < 금주 다이어리 >도 정말 흥미로웠다. 문제는 이 책들을 읽을 때 술이 무척 마시고 싶다는 거다. 캐롤라인 랩이 마신 화이트 와인은 그 당시 정말 많이 마셨다. 평상시에는 맥주 외의 술은 잘 마시지도 않는데...

그런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술에 관한 책은 계속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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