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된 나는 내가 아니다.

by 박수종

내가 쓴 글들을 보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 미운 사람에게도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는 너그러운 사람,

* 작고 사소한 것에서도 인생의 가치를 찾는 예술가적 감성을 갖춘 사람,

*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고 항상 깨어있는 지혜로운 사람,

* 타인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본성을 소중하게 지켜주는 사람,

*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해보는 정체되지 않는 사람.

* 매일 좋은 음식을 먹고 미니멀한 환경을 유지하는 사람


휴, 정말 웃기다. 실제의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작고 사소한 것보다는 명품에 아직도 욕심이 난다. 맥주에 치킨을 먹으며 미드 보기를 여전히 즐긴다. 타인을 순식간에 판단해 버리고 내가 이런 인간이라니 좌절한다. 아들이 “엄마, 글은 현자처럼 써놓고 나한테 왜 그래?”라고 느물거린다. 정말 맞는 얘기다. 비싼 옷을 턱 저질러 놓고 할부를 어떻게 갚나 고민하고 냉장고의 만들지 못한 재료가 썩어나간다.


오픈된 공간에 이런 이야기들을 써놓고 나니 알 수 없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나 자신에게 그 말의 힘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위에 쓴 말들과 다른 행동을 할 때 내가 쓴 글들이 떠올라 조금 주춤해지는 게 있다.

매일매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 때 내가 조금씩 좋아진다.


매일 새기고 의식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많은 자기 계발서들에서 이야기한다. 원하는 것을 글로 표현하면 훨씬 이루기 쉽다고.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의 모습을 정리해보니 한눈에 들어오고 명확해진다.


이상화된 모습이 나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늘 조심하려고 한다. 저런 글을 써놨다고 내가 이미 그런 사람인 것처럼 남에게 충고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현실에서 본인은 전혀 아닌데 본인의 이상형을 자신으로 생각하며 충고하고 남을 비난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럴 때 정말 답답했다. 본인이 그런 모습이 아닌데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본인이 비난하는 사람과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나 자신도 그랬다는 거를 깨달았다. 누군가 내 심기를 건드리고 싫을 때를 보면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사실 나 자신을 알기 힘들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만이 내가 아니다. 남에게서 발견하는 단점은 내가 싫어해서 감추어두었던 내 모습의 투사인 경우가 많다. 남에게서 발견한 단점이 나에게 있지 않았나 살피려 한다. 내가 싫어하는 나를 대면하는 일은 정말 고통스럽다. 치가 떨리게 싫고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저렇게 마련해둔 이상화된 모습을 나라고 착각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럼 나의 자만심은 부풀어 오르고 정말 기분이 좋다. 아들이 말한 것처럼 현자가 된 양 은혜로운 부처님 미소까지 지어진다. 그래서 자주 착각했다. 그 속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영원히 저런 사람이 될 수 없다. 늘 깨어있어야 한다. 남을 비판하는 마음이 생길 때 그 마음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도 대면하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많은 심리학 책과 영성 책들을 보고 배웠다. 혐오스럽고 싫은 모습도 다시 쳐다봐주고 왜 그런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나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준다. 그때 어떤 상황 때문에 그런 삶의 태도를 갖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그땐 어렸고 힘이 없었으니까 그랬을 거라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준다. 이제 어른이니까 달라지면 된다고 네가 원하는 어른으로 이제 살아나갈 수 있다고 자주 이야기해준다.


인생은 그렇게 하루하루 실수하고 자책하고 자만심에 차오르기도 하는 일의 반복이다. 그 반복이 무의미해지지 않으려면 가려는 방향을 정확히 나 자신에게서 찾아내야 한다. 타인의 단점에서만 찾으려 하면 영원히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 세상 탓만 해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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