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선물

- 작은 성공의 경험

by 박수종

며칠 전 쓴 스타벅스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 조회수가 폭등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9개월이 되어가는데 그 사이 4번쯤 그런 경험이 있었다. 조회수가 폭등하면 내 브런치가 북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몇 천, 몇 만 명이 내 브런치를 방문해 주시고 가끔은 라이킷을 누르거나 구독을 해주신다. 글을 잘 쓴다는 척도도 아니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작은 성취의 경험이 된다. 그냥 신이 나고 좀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동기유발이 된다.

처음에는 신기한 기분에 캡쳐해서 자랑도 했었다.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이런 작은 성취도 경험 할 일이 별로 없다. 그런 생활 속에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누군가 댓글을 달아주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일 자체가 이미 작은 칭찬처럼 느껴지는데 다음메인이나 카카오 톡에 올라 조회 수가 폭등 할 때는 큰 선물을 받은 거 같다. 살짝 글을 쓴다는 일에 회의감이 들 때쯤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렇게 메인에 올라간 글은 내가 경험했던 일을 기억하는 용도나 글 쓸 주제가 없어 가볍게 쓴 글이 대부분이다. 다이어트했던 글, 서울 레지던스 한 달 살기 경험이 좋아서 꼭 기억해놓고 싶어서 쓴 글, 잔치국수가 모처럼 맛있게 되어서 써 본 글, 그날 따라 새로 리모델링한 동네 스타벅스가 너무 기분 좋고 쾌적해서 써 본 글이었다. 신변잡기의 가벼운 글이다. 내가 글을 잘 써서 뽑혔구나 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북적거리듯 찾아주는 사람들이 매일의 작은 성공경험을 만들어주고 그냥 기분이 좋다. 내구독자 수나 글의 퀄리티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글 몇 편만으로 몇 백, 몇 천 구독자를 거느리신 분들을 많이 봤다. 그래도 기죽지 않는다. 난 내 나름대로의 길을 차근차근 가는 중이다. 이제 글쓰기를 시작한 초보고 이 정도도 나에게는 만족스럽다. 글쓰기를 배워 나가는 과정 중이다. 다른 분들의 글을 열심히 찾아보고 그분들의 주제선정 능력에 감탄하고 재치 있고 가볍게 쓴 글이지만 읽고 나면 마음 가득 행복해지는 그런 글들을 보고 배우려 노력한다.


가끔 일어나는 조회수 폭등은 글쓰기에 입문한 학생으로서 그래도 잘하고 있고 계속해보라는 누군가의 격려처럼 느껴진다. 작은 성취의 경험이 되어준다.


브런치에 남긴 글들은 나에게도 크게 각인이 된다. 기억에 남을 추억들이 많아졌다. 2022년 9월부터 9개월간 쓴 73개의 글들이 과거와 현재의 파편들을 뒤섞어 새로운 나로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혼자만의 서랍 속에 뒤죽박죽으로 들어있을 때는 내가 누군지, 무슨 생각들이 왔다 갔는지 그냥 휘발되어 버렸다. 이제는 그것이 각자의 서랍을 찾아 단정히 자리 잡고 하나의 책장으로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그 책장 속 책의 디테일을 첨가하고 힘을 싣는 일은 내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현실에서는 내가 쓴 글에 대해 격려나 칭찬을 들을 기회가 드물다. 온라인상이지만 그런 격려와 자극이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어 준다. 더 열심히 써보고 싶고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었다. 그날 기억에 남았던 것을 몇 줄이라도 기록하고 자세히 관찰한다.


시간이 많고 할 일이 없을 때 아이들 걱정이나 쓸데없는 부정적 감정, 기분 나빴던 일이나 사람을 곱씹게 된다. 글을 쓰고부터 내 관심이 온통 글 쓰는 일에 머물게 되면서 하루가 가득 차게 느껴진다. 부정적인 생각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다. 부족하니까 읽어야 할 책도 많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 봐야 하고, 여러 분야의 관심거리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생각도 좀 더 깊게 밀고 나가게 된다.


예전의 나였다면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내보이지 못했을 거다. 그러다 보니 내 보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는 그냥 내보인다. 이 글들도 몇 십 번을 보고 또 보고 고쳐야 하는데 이제는 적당히 한다. 그냥 거친 대로 부족한 대로 발행버튼을 눌러버린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이 되어야 계속해나갈 수 있어서다. 완벽을 추구하면 그 과정이 즐겁지 않을 거고 부담스러워서 그 시간을 자꾸 회피하게 된다. 그 과정을 많이 겪어봐서 안다.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 잘했느니 못 했느니 평가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늦은 만큼 계속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용기를 내기까지 오래 걸렸다. 많은 책들을 읽고 그런 나의 완벽주의 성향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고 나서야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완벽한 칭찬이나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고쳤다. “내가 무슨”이 아니라 “내가 못 할게 뭐야”, “까짓 거 한 번 해보지 뭐”이런 마음이 되기까지 평생이 걸린 거 같다. 이제는 주저하고 망설일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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