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야 네가 최고야!

by 박수종

최근에 4년 넘게 쓰던 핸드폰을 바꿨다. 이번에 핸드폰을 바꾸면서 갤럭시 노트 10이 잘 만들어진 기종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고장이나 불편함 없이 오랫동안 썼다. 그동안은 2년만 되면 뭔가 문제가 생겨서 새 폰으로 교체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이 카메라가 최신폰에 비해 화질이 안 좋은 점만 빼면 별문제 없이 사용했다. 거기다 많은 쇼핑앱들과 은행앱, 카드등이 저장되어있어서 그런 것들을 다시 깔고 로그인해야 하는 일들이 생각 만해도 힘겨워서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오랜 시간 외출할 때 배터리가 너무 금방 닳아서 집에 올 때쯤에는 꺼지지 않을까 노심 초사하다가 충전기까지 들고 다니는 지경이 되었다. 점점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기도 힘드는데 충전기까지 들고 다니고 중간에 충전하는 일이 불편해져서 드디어 핸드폰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막상 해보니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 앱 이 다 그대로 전송 되었고 은행이나 카드사 로그인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사은품으로 버즈 2까지 받아서 무선 이어폰을 처음으로 사용해 보게 되었다. 이어폰케이스의 뽀얗고 부드러운 감촉이 너무 좋았다. 줄 이어폰을 끼고 다닐 때는 마스크에 줄까지 꼬여 뭔가 복잡했는데 무선 이어폰은 단순하고 편리했다. 핸드폰의 더 가벼워진 터치감과 환한 화면, 카메라 색감 등 좋은 점이 너무 많았다. 생각보다 새 전자기기가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컸다.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거의 15년에서 20년 이상 된 가전제품들을 바꿨다. 거의 20년이 된 TV는 서재 방에 넣고 75인치의 엄청 큰 텔레비전을 샀다. 큰 화면과 좋은 음질로 극장에서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은 좋은 TV를 사면 그렇지 않아도 TV를 많이 보는데 더 많이 볼까 봐 미루고 있었는데 남편이 시동생 집에서 새로운 텔레비전을 보더니 너무 사고 싶어 했다. 과연 좋았다. 같은 드라마도 더 재밌었고 자연의 경치들이 나오는 여행프로그램도 재밌고 광고까지도 재밌었다. 역시 TV를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코로나로 3년 이상 다섯 식구들의 밥을 하고 설거지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손목터널 증후군이 생겼다. 너무 아팠다. 손끝에 수건이라도 스치면 칼로 베인 듯이 아팠다. 자다가 손이 너무 아파서 깨는 날들이 많아졌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겨우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 치료를 하고 손목을 되도록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또 재발하면 그때는 수술해야 한다고 경고하셨다. 이사하면서 제일 먼저 식기세척기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새로 이사한 집은 30년이 된 구축이라 대대적인 인테리어를 하면서 식기세척기와 새로운 냉장고, 김치냉장고, 인덕션을 빌트인으로 설치했다.


식기세척기는 열 자식 부럽지 않은 최고의 효자템이다. 식기세척기가 생기고부터 집안일이 반으로 준 느낌이다. 식구가 많다 보니 몇 시간만 지나도 컵이 쌓이고 밥 한 끼만 해 먹어도 산더미 같은 설거지감이 나오는데 식기세척기를 쓰고 나서 손목터널 증후군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


건조기를 사용하고 빨래의 굴레에서도 해방 됐고 인덕션을 쓰면서 폐암의 두려움에서도 해방되는 느낌이다. 이제 로봇청소기만 사면 완전히 살림에서 해방될까? 정말 너무도 편리해졌다. 다른 물건보다 주부를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줄 이런 가전제품은 좀 더 진화시켜서 싼 가격에 배포했으면 좋겠다.


사실 써보기 전에는 ‘가전제품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냥 내가 좀 더 움직이면 되지. 식세기에 그릇 넣고 빼는게 더 귀찮겠다. 빨래는 햇볕에 바싹 말리면 되지. 왜 전기를 낭비해’ 라고 생각했었는데 식기 세척기와 건조기를 써보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가정이 평화로워진다. 왜 집안일을 나누지 않느냐고 가족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대신 이 가전 제품의 사용법을 가족들이 다 공유하고 사용할 줄 알게 훈련은 시켜야 한다.


담낭제거 수술 하느라 8일간 집을 비웠을 때 식구들 아무도 식세기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남편은 공대 출신임에도 새로운 가전제품 다루기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느낌이다. 익숙해지면 쉬운 일이지만 처음 사용할 때는 뭔가 어렵게 느껴진다. 내 친구도 은퇴한 남편에게 식세기에 그릇들을 차곡차곡 넣는 과정부터 사용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전자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처음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도 그렇고 요즘 많은 식당들이 자리에서 테블릿으로 주문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한두 번 해보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처음 그걸 마주했을 때 나와 친구 모두 당황했었다. 주문할 음식을 넣었다 뺏다 잘못 넣고 그러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이제 우리 큰일이다' 하며 웃기도 했다.


아침에 우연히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백투 더퓨처 2>를 봤다. 1편이 1987년에 개봉했었고 2가 1990년 개봉했다. 그 당시에 생각하는 미래가 2015년쯤인데 이미 그때를 지나고 2023년에 살고 있다. 거기서 보여주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커지는 피자 같은 것은 없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부피가 커지는 식품도 사실 가능한데 아직 상품화되지 않은 걸 지도 모른다.

다채널 평면 TV와 날아다니는 자동차
<이것저것 다루는 브로그> 블로그와 노컷뉴스에서 가져온 <백투더 퓨처2> 사진들 - 3D 홀로그램 광고


드론이 상용화되고 지문 인식이 널리 쓰이고 박사님 말처럼 주름살도 수술하고 머리도 심고 있다. 그 영화에는 신문이 아직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던데 이미 종이신문은 거의 사라진 시대가 왔다. 한 번 가속이 붙자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 거 같다.


22살인 둘째 아이 친구 엄마들과 정기적 모임을 하고 있는데 처음 그 모임을 시작했을 때는 일일이 한 명 한 명에게 따로 문자를 해서 약속을 정하고 모임 장소를 알리고 했었다.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데 그 사이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사실 이렇게 발전된 핸드폰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전자제품이 얼마나 더 진화할지 기대된다. 새 제품을 사용해 보기 전에는 '좋아봤자 뭐 얼마나 좋겠어?' 하는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고 편리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앞으로 15년이나 20년쯤 후에 한 번 더 가전제품을 바꾸게 될 때는 도대체 얼마나 더 새로운 기능이 첨가될지 기대된다. 살림하면서 불편했던 점을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내 볼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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