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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고갈된 에너지를 다루는 방법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심호흡

by 김까미

지난주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해커톤 참여를 위해 마음과 시간을 쓴 한 주였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과제 정하기였다. 아이디어를 각자 찾아보고 나누는 회의와 그중에서 아이디어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 두 번을 하고 목요일까지 기획서 초안을 각자 작성해서 방향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그 방향이 같은 곳을 향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한 주였기에 우왕좌왕하는 한 주였다.


각자 작성한 초안을 모으고, 목차에 맞춰 정리해 보니 현재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명확히 드러났다. 이제는 시간 절약과 효율적 작성을 위해 담당을 나눠서 각자 작성하기로 했다. 다행히(?) 내가 맡은 부분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하겠다고 했다. 팀원들과 일정을 상의해서 다음 주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왜인지 바로 시작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상 시작하려니 정리가 안되었다.


다행히 주중에 연락했었던 지인과 연락이 닿아서 작년 자료를 공유받았다. 그 문서를 보고 나니 오히려 시작하기 위한 에너지가 빠져나갔다. 자료가 너무 멋있다. 나도 이렇게 하려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아, 내가 게으른 완벽주의에 빠져있구나!‘ 알아차려졌다. 알아차려졌다고 정신이 바로 들어서 착착 시작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시작해야 해 해야 해 해야 해 어서 시작하지 않고 뭐 하니?! 하는 목소리의 다그침이 멈췄을 뿐이다. 그 사이 간신히 숨이 쉬어진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소리 내어 후우 하고 뱉어보았다. 긴장이 풀리고 어깨가 내려가니 현재 상태를 가만히 돌아보았다.


어찌 되었든 내가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과정인데, 남의 기대를 나 혼자 부풀려 놓고서 그 부담감에 주저앉아 있었다. 내가 이것저것 요것을 해내야 팀원들이 좋아할 것 같고, 그 모습을 내게 기대할 것 같았다. 멋지게 쫙쫙 정리해내고 싶은데,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없어서 이미 나에게 실망을 했다. 팀원들이 실망했을 거야. 내 몫을 다하지 못했어.라는 비난을 서슴없이 하고 있느라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아직 마감 기한까지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있고, 팀원들은 내게 모든 것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요거 저거 이거를 내가 혼자 다 할 필요도 없는데, 혼자 급발진해서 좌절의 구덩이에 들어가 있었다. 우선 공유받은 자료를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이 자료를 보고 나니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가닥이 잡힌다는 팀원들의 반응에 부담이 내려갔다.


맞다. 혼자 다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했다. 무엇을 하면 되는지 내가 가닥을 잡았듯이, 팀원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된다. 마음을 먹으니 가벼워진다. 주말의 일정 중 언제 하면 될지 시간을 가늠해 보니, 언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거 조거 이거를 정리해서 팀원들과 나눠서 하는 데까지 하면 된다. 팀을 믿고, 나를 믿고 하나씩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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