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어 준 덕분에 시작하게 된 해커톤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은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 훈련 과정 중 하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용노동부에서는 이 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K-디지털 트레이닝 해커톤'이라는 공모전을 올해로 7번째 진행한다고 한다. K-디지털 트레이닝을 수료했거나 훈련 중인 사람들이 팀을 이뤄 지정 과제를 해결하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K-디지털 트레이닝 해커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교육기관을 통해 들었지만,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내가 무슨 해커톤이야...' 싶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학습 조원 한 분이 다른 조와 함께 해커톤에 참가하려 한다며, 우리 조에서도 함께할 사람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에게도 관심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나는 일단 "딱히 생각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분이 덧붙이셨다. 지금 함께 하기로 한 세 명 모두 MBTI가 P 유형이라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혹시 내가 그 역할을 맡아볼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예상치 못한 제안에 얼떨떨했고, 자신이 없어서 처음엔 소극적으로 반응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 뒤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추천해 준 분이 말한 '조직적으로 중심을 잡고 구조를 만들고 계획을 세우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좋아하기에 더 잘하고 싶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함께 느껴진다. 그래서 그 순간에는 "제가 그런 일을 좋아하긴 해요."라며 나의 두려움은 삼키고, 강점만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내 반응을 본 또 다른 조원 한 분이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등 떠밀어주셨다.
“해보세요. 잘하실 것 같아요. 아이 문제가 걸리는 것만 아니라면 꼭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갑자기 용기가 생겼다. 누군가 내 가능성을 믿고 밀어주는 느낌이 들자, 마음에 자신감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했다.
동시에 걱정도 올라왔다. '이미 조를 이룬 다른 분들이 나를 거절하면 어떡하지?', '내가 조직을 잘 이끌지 못하면?', '괜히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순간, 나를 추천해 준 분이 “좋아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다른 조원들에게 가셨고, 이내 “같이 이야기해요”라며 자연스럽게 나를 초대해 주셨다.
그렇게 다른 조원들을 만나게 되었고, 두 분이 더 합류하면서 총 6명의 조가 꾸려졌다. 인사를 나눈 뒤, 해야 할 일을 큰 틀에서 정리하고 일정도 함께 정했다. 우선 과제를 정하기 위해 각자 아이디어를 모아 오기로 했고, 그에 따른 일정도 설정했다. 다행히 조원들이 의견을 잘 들어주셔서 회의도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앞으로 2주간 이 해커톤 준비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 내가 관심 있어하던 '관리'라는 역할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한다. 본 교육 과정에도 충실하면서, 이 경험도 즐겁게 해 보자는 마음을 먹으니 긴장과 기대가 함께 밀려온다. 물론, 여전히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따라오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조원들과 함께 과제를 논의하고, 협의하고,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등 떠밀려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왕 시작한 김에, 제대로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