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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방법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욕구를 인정하기

by 김까미

준비 중인 헤커톤의 기획서 제출 예정일이 지난 금요일이었다. 지난 주말 내가 맡은 부분을 작성했고, 월요일 취합해서 화요일 피드백을 받았다. 처참히(?) 지적을 받았고, 60프로를 수정해야 했다. 지적받은 사항이 지난주 날것의 내용으로 지적받았을 때와 동일한 사항이었다. 제일 처음 작성 방향을 설정할 때 내가 제안한 방식-줄글-로 쓰기로 했는데, 피드백은 간결하고 한눈에 보이는 방식-발표 형태-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자책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팀원들에게 주장했다는 점과 지적사항을 적어 놓고도 놓쳤다는 점에서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괴로운 마음에 바로 팀원들에게 사과했다. 보고서 형태로 써야 한다고 했던 팀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행히(?) 줄글로 씀으로써 내용을 모두가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고, 자기도 경험 해보지 못한 영역이라 주장을 받아들였던 거니 개념치 말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 반응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렇다고 자책 구덩이에서 바로 나오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 이런 감정 소모를 하게 하다니, 나는 정말 구제 불능이야!‘하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구덩이에 빠져드는 내가 인식되었다. 인식하고 나니 진짜 그런가? 싶어서 안전한 다른 모임에 털어놨다. ”언니, 거기서 바로 사과하는 게 너무 멋져요. 자기가 잘못한 것이여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 하고 인정의 말을 들으니, 기운이 낫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아! 내가 정말 잘하고 싶구나!’ 깨달았다.


자책의 구덩이 밑에 숨어있던 나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했다. ‘정~말 잘하고 싶고, 팀원들과 잘 지내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뻗어나갔다. 피드백받은 내용을 팀원이 정리해 주어서, 그 사항을 반영하려면 해야 할 작업 목록을 정리했다. 4개 정도 리스트 업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작업하면서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쌓였는지,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들지 않았다. 그 리스트를 공유하니, 팀원들이 각자 해볼 수 있거나 해보고 싶은 것을 골랐다.


나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선택했다. 내가 맡은 부분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결과를 체크하면서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이를 재우고 다시 일어나서 내 부분에 집중해서 끝냈다. 마지막 한 분이 작업을 보여주셨는데,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링크를 받아서 직접 수정했다. 느낌이 비슷하게 최대한 정리해서 취합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보니 감동적이었다.


다음 날 세 번째 피드백에서 간결하다며 칭찬 들었다. 추가 수정 사항이 없어서 소소한 몇 군데를 수정해서 제출을 하고 나니, 뿌듯했다. 팀원들도 ”사람을 쪼으면 결과가 나오네요. 다 같이 이걸 했다는 것이 감동이에요. 뭉클해요. “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이번 과정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깨달았다.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하고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과, 결과를 취합하고 정리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잘한다. 반면에 내 생각을 전달하고 효과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어렵다.


예선 통과 팀은 한 달 뒤에 발표가 난다. 그동안에 서비스의 기본 뼈대를 개발하고, 자료를 조사해야 한다. 일단 주말은 쉬고, 체력을 회복 한 뒤에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혹시나 예선에서 떨어지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보는 경험이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과정을 하면서 프로젝트도 해야 하니까, 스케줄 관리가 관건일 것 같다. 디데이까지 나의 능력을 검증하고, 팀원들과 협업하여 서비스를 어디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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