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은 나를 버리는게 아니라 다시 정의하는 일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해온 사람인가

by 김까미

1. 수습 종료와 안정감

이제 수습 기간이 끝나고, 다음 주부터 정직원이 된다. 회사가 마음대로 나를 자를 수 없는 신분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불안감을 크게 낮춰준다. 연봉 협상을 이미 마쳤기에 연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예상하는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은 경험의 깊이가 다르다는 걸 다시 느낀다. 인상된 월급을 받으니 마음이 조금 넉넉해졌다. 괜히 팀원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 져서 커피도 한 번씩 사고, 주말에는 팀원들이 좋아하는 두쫀쿠를 사서 월요일에 가져가야겠다고 계획한다. 이런 소소한 마음의 움직임이, 내가 이곳에 조금 더 발을 디디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2. 추천과 질문, 그리고 나에게 돌아온 생각

회사에서 테스트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트캠프 교육을 함께 받았던 학생 한 명을 추천했다. 인상이 좋아 보였는지 팀장은 함께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묻는다. 그 학생의 의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꼭 회사를 다녀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신이 나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한데 그걸 알려면 결국 직접 해봐야 안다고,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선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그 말을 하면서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나에게 회사란, 지금 어떤 의미일까.


3. 20년 차, 내가 일해온 방식

중간에 육아휴직과 이직을 준비하며 1~2년의 공백은 있었지만, 연차로만 보면 나는 2006년부터 일을 해왔고, 올해로 회사 생활 20년 차가 된다. 이 회사에 와서 적응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관리하는 일을 좋아하고, 생각보다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신입 때부터 늘 상황 전체를 이해하려 했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배경이 무엇인지 납득이 될 때까지 질문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 사고의 범위는 종종 팀의 경계를 넘어 더 넓게 확장되곤 했다.


4. 마찰과 평가, 그리고 지금의 차이

그래서 이전 회사에서는 큰 갈등이 있지는 않았지만,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들은 종종 있었다. 말은 다정하고 친절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참지 않았다.

“이건 이렇게 하기로 했던 건데 왜 안 된 건가요?”
“협의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 이유가 뭔가요?”
“실수라면 빠르게 고쳐주세요.”

그렇게 말하던 나는 깐깐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지적도 적지 않게 받았다.


5. 수용되는 경험, 그리고 나에 대한 재정의

그런데 지금 이 회사에서는 내가 가진 일에 대한 생각들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업무를 처리하려면 이런저런 부분들을 해야하는데, 혼자서는 버겁다고 말하면
“이 부분은 제가 할게요.”
“같이 해요, 책임님.”
라며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수습이 끝났다는 이야기에

“이제 3개월밖에 안 되셨어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신 거예요?”
라고 말해주는 팀원들 덕분에 힘이 난다. 덕분 나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나에 집중하면, 스스로 정한 선을 만족할 때까지 시간을 쏟아붓는 사람이라는 것도.


적응은 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나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를 알아가고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조직의 흐름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나를 다시 정의하고 있는 중이다. 적응은 나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정확히 써 내려가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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