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하여
연휴에 연차까지 끼워쓰며 더할 나위 없는 연휴를 보냈다. 본가에 가면 여전히 꼬리 흔드는 강아지부터 밥 얻어먹으러 오는 고양이, 늘상 같은 목소리로 반기시는 부모님과 운 좋으면 마주치는 형제들. 좋았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내가 오늘 여기서 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원체 내 방이고 우리집인데도 낯선 공간 같다. ‘집’에 가고 싶지만 어디가 집인지 모르겠다. 난 어디에 있는 건지, 괜한 인지부조화가 온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붕 뜬 마음들로 방 한 켠이 먼지를 닦고 자리한다. 주인의 부재로 방치된 방은 몇몇 색 바랜 벽지들과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한 누런 장판들이 공허하게 들어차있었다. 그리고 간만에 얹어지는 주인의 시끄럽고 배열 안 된 생각들. 부질없어 그만 눈을 감는다.
다음 날 눈을 뜨면 서울에 내 방은 없던 것 같다. 잊고 있던 부모님과의 다툼과 시끄러움을 이제는 제법 유하게 견뎌내고 나면 그새 또 해가 저물어있다. 해는 저물지 않았어도 내 체력이 저물어있다. 오랜만인 듯 익숙한 방 밖의 푸른 녹음들이 보기 좋다. 또 잊어버리고 신선한 공기보다 방문 꼭 닫고 텁텁한 공기를 마신다.
사흘쯤 지나면 슬슬 부모님도 목소리를 내신다. 언제 올라가냐는 말로 시작해 자식이 오기 편하게 해 달라는 말이 중간에 들어가다 곧 짐을 쌀 시간이다. 미움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만치 멍청한 게 없는데, 난 아직도 덜 커서 그런 말만 한다. 그래도 분위기를 풀고 떠나려 능청스러운 척 애교를 부려본다. 다 큰 부모님은 그런 나를 또 품는다.
20여 년을 함께 살았지만 늘상이 어색하다. 떠나고 보니 어떻게 맞춰 살아왔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어쩌면 이것부터 배워오고 있었던 건 아닐까 뒤늦게야 알아차린다. 본가에 가서 꼭 가져오는 휴지, 참치, 물티슈. 그리고 보이지 않게 채워지던 것들.
멀리 있어야만 알아차린다. 우주에서 수만년전 폭발해 사라지고 있는 별을 보며 아름답다고 사진 찍어대는 우리들처럼. 뒤늦게 터져나가는 한 조각을 그 멀리서 보아야 알아버린다.
나는 지구. 나의 본가는 우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