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탓인지 최근 나의 SNS에는 글귀나 명언 또는 감동을 주거나, 귀감이 되는 글들이 자주 보인다. 그러던 중 드라마 <킬미, 힐미>의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죽고 싶은면 죽어. 근데 내일 죽어.
내일도 똑같이 힘들면 그 다음 날 죽어.
그 다음날도 똑같이 고통스러우면
그 다음날, 그 다음날 죽어도 안 늦어.
그렇게 하루씩 더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와.
그 때 안 죽길 정말 잘했다 싶은 날이 온다고
드라마 <킬미, 힐미> 中
오전 교육을 마치고 나니 애매해진 시간 탓에 점심을 거르고 오후 교육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한 상태였다. 차 안에서 저 글귀를 되뇌며 꺼이꺼이 울어 제꼈다. ‘그 다음날, 그 다음날 그렇게 살아서 졸업하고 나랑 살지 그랬어.’ 채란이를 원망하지 않음에도 자꾸만 원망하는 말들이 튀어나온다. 버티기 힘들었을 그 아이의 다음날과 그 다음날에도 결국엔 버텨내고 나를 만나러 와주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나는 채란이에게 무언가를 바란 적이 별로 없다. 부모를 비롯하여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나를 가두는 일인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저 온전히 채란이가 채란이로만 살아가길 소망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마주할 수 없는 지금에서야 뒤늦게 많은 것들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만 더 버텨내 주었길, 그 시간 속에서 이 언니를 떠올리며 망설여 주었길, 돌이킬 수 없다면 너를 만날 수 없는 그 곳에서는 부디 평온하길, 추위를 많이 타는 네가 따뜻한 품에 서 머물고 있길, 꿈에라도 자주 나와 너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길….
며칠 전 어느 배우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팬은 아니었지만 익숙히 아는 얼굴의 배우였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비통함을 넘어 그의 표현대로 고난 없는 긴 여행 끝에 평안한 곳에 다다르길 진심으로 기도했다. 채란이도 그도…
- 故 송재림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callipaper/220283548487
| 작성자 CALLIPAPER 그믐달 / 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