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란속에서
근래에는 가까운 절에 들리는 일이 잦았다. 친부모와 함께한 기억은 대부분 채란이가 태어나기 전 외동이었을 때가 전부인데, 그 즈음 세 식구가 종종 절에 다녀오곤 했다. 유복했던 당시 집 한 켠에는 커다란 항아리와 액자에 ‘달마’ 라고 부르는 먹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채란이는 이런 기억 없이도 절의 향 냄새를 좋아했다. 무언가에 꽂히면 찔끔찔끔 사다 모으기를 즐기는 아이었는데 우드향이 나는 향수를 가장 좋아하며 ‘향 냄새, 숲 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일상 속 작은 빈틈을 포착하여 잠식해오는 간절한 그리움의 덩어리를 쏟아낼 필요가 있었다. 그 마음이 향 냄새가 나는 절로 나를 이끌었다.
처음 절에 갔던 날은 3재라 불리는 때였다. 망자가 된 날로부터 매 7일째마다 일곱번에 걸쳐 다음 생에 받을 연(緣)을 정하는 심판에 선다고 한다. 그 마지막 날의 의식이 7재이자, 49재가 되는 것이다. 극히 착하거나 악한 업(業)을 지은 사람은 곧바로 다음 생을 받는다고도 하는데, 채란이만큼 착한 아이가 또 있을까 싶으면서도 불안과 우울로 괴로웠을 이승에서의 삶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나에겐 이 바람이 종교적인 믿음보다 훨씬 앞선 간절함이었다.
다음 생에는 꼭 채란이 부모로 태어나 마음껏 아끼고, 사랑하고, 보듬어주리라 다짐했는데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일 수는 없을 테니 이제 채란이를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야하나 싶다. 어느 형제자매보다 각별했던 우리의 연이 고작 육신에 의존한 이 생에서 끝나진 않으리라.
7재 내내 절에 들리기에는 좀체 시간이 나지 않는 바쁜 날들을 보냈다. 공허해지는 것이 두려워 무리해 잡은 교육 일정들이 연말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매 7일째가 되는 날이면 나조차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기도를 하곤 했다. 그저 하나 ‘우리 채란이, 슬픔이 없는 곳으로 이끌어주세요.’
| 작품의 삽화는 AI 서비스를 이용하여 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