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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와 기억력 챔피언의 비결은 무엇일까?

기억력 연습과 훈련의 중요성

아마도 한 번쯤은 사진을 찍듯이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기억술사'라고 부릅니다. 기억술사는 어떻게 사진처럼 정확하게 기억하는 걸까요? 지금부터 기억술사들이 활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알아보려 합니다.      

첫째, '직관적 심상(eidetic imagery)'입니다. 이는 시각으로 들어온 정보를 정확하고 생생하게 이미지로 저장해서 나중에 그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보통 사람도 어느 정도는 이런 능력을 갖고 있지만 유지 시간이 짧아서 몇 초가 지나면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정확한 기억을 유지합니다. 가장 유명한 기억술사는 러시아의 신문기자였던 셰레솁스키(D. C. Shereshevskii)입니다. 그는 알렉산더 루리아라는 신경심리학자가 읽어 준 70개의 단어를 그대로 기억했다가 말할 수 있었습니다. 15년 후에 셰레솁스키가 루리아를 다시 만났을 때 70개의 단어뿐만 아니라 장소와 테이블 위치, 옷차림까지 정확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셰레솁스키는 기억력은 탁월했지만 정보를 범주화 시키거나 일반화 시키는 것을 어려워했고, 비유나 상징을 잘 이해하지도 못했으며, 전화 통화의 목소리가 누군지 파악하는 것도 힘들어 했습니다.    

  

둘째, '쐐기 단어법(peg-word method)'입니다. 이는 1부터 10까지 쐐기로 사용할 단어를 먼저 암기하고, 숫자와 운이 일치하는 단어를 고른 다음 이와 잘 어울리는 단어를 골라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one)은 bun(롤빵)과 운이 비슷하고, 2(two)는 shoe(신발), 3(three)은 tree(나무), 4(four)는 horse(말), 5(five)는 bike(자전거)와 운이 비슷합니다. 호랑이와 피아노, 수박, 텔레비전, 의자를 기억해야 한다면 호랑이가 롤빵을 먹고, 피아노가 신발 안에 들어가며, 수박이 나무에 달려있고, 텔레비전이 말 위에 있으며, 의자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겁니다. 나중에 기억을 회상할 때는 순서대로 연결 단어를 떠올리면 됩니다.    

  

셋째, '위치 암기법(method of loci)'입니다. 이는 집처럼 자신이 익숙한 환경을 설정하고 그곳의 물건들과 암기할 단어들을 연결시키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과 재임 기간을 순서대로 암기한다고 했을 때 1~3대 이승만(1948~1960), 4대 윤보선(1960~1962), 5~9대 박정희(1963~1979), 10대 최규하(1979~1980), 11~12대 전두환(1980~1988), 13대 노태우(1988~1993), 14대 김영삼(1993~1998), 15대 김대중(1998~2003), 16대 노무현(2003 ~ 2008), 17대 이명박(2008 ~ 2013), 18대 박근혜(2013 ~ 2017), 19대 문재인(2017~) 순입니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이승만 대통령이 1948 티셔츠를 입고 반갑게 맞아줍니다. 거실로 갔더니 윤보선 대통령이 1960년산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주방 식탁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산 와인을 먹고 있고, 싱크대 앞에는 최규하 대통령이 1979년산 부억칼로 안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안방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1980년산 침대에 누워있고, 노태우 대통령이 벽에 걸린 88올림픽 기념액자를 보고 있습니다. 작은방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TV로 '응답하라 1993년' 드라마를 보고 있고, 김대중 대통령이 스마트폰으로 '1998년의 금모으기 운동'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습니다. 건너방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산 만년필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베란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신문 스크랩을 뒤지다가 발견한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 기사를 보고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개봉했던 영화 관상 포스터를 보고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려서 인터폰을 눌렀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산 초 한 박스 택배 왔다고 말합니다.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런 기억법들을 활용하는 기억술사와 보통 사람의 뇌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즉, 누구나 효과적인 기업법을 잘 활용하면 기억술사 못지 않게 암기를 잘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고의 기억술사들도 주차한 자동차의 위치, 친구의 생일, 입금할 은행 계좌번호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억에서는 보통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니 희망을 갖고 도전해볼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기억력을 발휘합니다. 기억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력 발휘의 기회를 주는 대회가 바로 '마인드 올림피아드'입니다.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경력은 엔지니어, 소방관, 해군장교, 학생, 회사원 등 다양합니다. 이들은 예선전에서 제한시간 15분 동안 무작위로 배열된 수백 개의 숫자와 단어를 마음 속으로 암기해야 하며, 결승전에서는 40초 동안 카드 한 벌을 모두 암기해야 합니다. 도미닉 오브라이언은 TV 퀴즈 프로그램의 정답을 모두 외우고 있으며, 이 대회에서 8번이나 우승했습니다. 과연 오브라이언의 우승 비결은 무엇일까요?         


오브라이언의 우승 비결은 숫자들을 나누고 배열한 후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즉, 숫자들을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서 여행을 떠나듯이 기억합니다. 예들 들어 '1, 0, 0, 7, 9, 9' 라는 숫자를 외울 때 '10'은 더글린 무어, '07'은 로저 무어, '99'는 아이스크림이라고 가정하고, '더글린 무어가 로저 무어를 만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라는 식으로 외우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는 사냥을 하면서 돌아다니도록 태어났으므로 이런 여행방식이 본능에 적합합니다. 수 백 개나 되는 숫자의 배열을 두뇌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해석을 해주면 방대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라고 우승 소감을 말했습니다.         

미국 국립 보건원은 3년간 25만 달러를 들여 이 사람들의 두뇌에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은 이 사람들의 두뇌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들이 마치 선명한 사진과 같은 기억력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헛된 신화에 불과했습니다. 그들과 보통사람들과의 차이는 그들이 우리 모두가 똑같이 지니고 있는 기억력을 연습과 훈련을 통해 증진시켰다는 점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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