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책을 쓰려면 독서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고?

책쓰기를 위한 독서 패러다임

'패러다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볼 때 어떤 관점(시각)으로 바라보느냐를 뜻하는 말입니다. 보통 부정적, 긍정적, 주관적, 객관적, 미시적, 거시적, 과거지향적, 미래지향적, 현실주의 등의 말과 함께 쓰입니다. '패러다임'을 색안경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어떤 색깔의 안경을 썼느냐에 따라서 사물이 달라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이해를 돕기 위해 패러다임이 바뀐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날 항공모함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불빛이 보였습니다. 항공모함의 선장은 분명 작은 배의 불빛이라 생각하고 '피하지 않으면 부딪쳐서 부서질 거니 즉시 비키세요'라고 스피커로 경고 방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데도 작은 배의 불빛은 전혀 움직임의 기척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항공모함의 선장은 다시 한 번 즉시 비키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작은 배의 불빛은 여전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습니다. 거리가 좀 더 가까워져서 위험한 상황에 이르자 선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비키지 않으면 큰일이 날거라면서 최후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불빛 속에서 이런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습니다. '우린 등대다. 비키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것은 바로 너희다!'      


아마도 등대지기는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면서 쓴 웃음을 지었을 것이고, 항공모함의 선장은 당황해서 급히 뱃머리를 옆으로 돌렸을 겁니다. 항공모함의 선장이 앞에 보이는 불빛을 작은 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상대방이 비켜야할 대상이었지만 그 불빛이 등대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자신이 비켜야할 대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듯 패러다임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이 외에도 패러다임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는 많습니다. 한 장의 그림 속에서 토끼와 오리, 부인과 노파, 천사와 박쥐가 함께 보이는 것도 있고, 나무 속에 10명이 넘는 사람 얼굴이 숨어있는 그림도 있으며, 풍경화 속에 아기 얼굴이 보이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해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전혀 다른 반응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효대사가 해골 바가지에 담긴 물이란 걸 몰랐을 때는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었는데, 사실을 알고 나서는 심한 구토가 일어날 정도로 역겨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모든 것은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라는 깨달음을 얻은 일화는 유명합니다. 여행길에 목숨을 구해준 독수리가 샘터에서 나그네가 물을 먹을 때 자꾸 먹지 못하게 방해를 해서 원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샘터 근처에 독사가 죽어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는 옛 이야기도 패러다임이 바뀐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미운 마음이 들다가 나중에 딱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오히려 자신이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이렇듯 패러다임이 바뀐 사례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 패러다임을 '독서'에 적용해보겠습니다. 책을 읽겠다는 독서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요? 느긋하게 소파에 기댄 채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보는 자세를 취할 겁니다. 책을 쓰기 위한 독서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을 수십 권 정도 책상 위에 쌓아두고 이 책 저 책 살펴보면서 치열하게 비교 분석하는 자세를 보일 겁니다. 물론 자유 시간에 재미와 감동을 얻기 위한 '취미 독서'를 할 때는 어떤 자세든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교양 독서'를 할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책을 파고드는 자세가 좋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독서 패러다임에서는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읽기보다는 서점의 북소믈리에, 도서관 사서, 파워 블로거, 독서지도사 등이 추천하거나 권하는 책을 수동적으로 읽어왔기 때문입니다. 책을 볼 때 짓는 멍 한 표정과 흐릿한 눈빛을 단숨에 살아있는 표정과 또렷한 눈빛으로 바꾸려면 책쓰기를 위한 독서 패러다임으로 바꾸면 됩니다. 먹잇감을 사냥할 때 매의 눈빛과 날카로운 발톱, 날렵한 몸짓처럼 책을 읽을 때도 생기 넘치는 눈빛과 손놀림, 진지한 자세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쓰기의 7가지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