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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을까?

창의교육 긍정 vs 창의교육 부정

영화 <타짜>와 <식객>의 원작자인 허영만 만화가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국가대표급 작가로 불립니다. 그의 작품이 수 십 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면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철저한 현장 검증, 정확한 취재 덕분입니다.      

한 기자가 그에게 꾸준히 열정적으로 만화를 그릴 수 있는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의 스케줄을 보여주면서 늘 일정한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상상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기자가 규칙적인 생활이 사고를 딱딱하게 만들지 않느냐고 되묻자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은 방종(放縱, 아무 거리낌이 없이 제멋대로 함부로 행동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에서 나옵니다." 그는 창의적인 상상력도 꾸준히 가꿔야 할 생명체기 때문에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정성스레 갈고닦지 않으면 쉽게 달아나버린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거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전문가마다 창의성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의성을 다른 사람에게 배우거나 교육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아래 참고할 만한 글을 몇 편 소개하니 읽어보고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먼저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는 <완벽한 공부법>에서 창의성은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작가와 신박사는 창의성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형화된 특정 유형이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 유형을 충실히 따르면 창의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광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 세 그룹으로 나눈 후에 각 그룹에 운동화, 다이어트 식품, 샴푸에 대한 배경지식을 제공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아무런 학습 없이 바로 광고를 제작했고, 두 번째 그룹은 광고 전문가에게 자유 연상 기법을 2시간 동안 훈련받았으며, 세 번째 그룹은 6개의 창의적 광고의 원형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두 시간 동안 배웠습니다.      


광고를 제작한 뒤 작품 중에서 괜찮다고 여겨지는 15개의 작품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골라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창의성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작품들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두 번째 그룹의 작품들은 첫 번째 보다는 나았지만 환호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세 번째 그룹의 작품들은 무려 50%나 창의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창의성은 배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광고 실험의 예를 보듯 창의성도 일종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한편 박웅현 카피라이터는 <여덟 단어>에서 창의성은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창의성을 주제로 강의 요청을 받은 경험을 예로 들며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근거를 듭니다. 창의력은 규격화 할 수 없고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를 뒤져도 창의력 학과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창의력은 지난 번 것이 참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기술이나 이론, 판례와 달리 상자 안에 넣을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는 창의력은 교실이나 강의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장에서만 기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디어를 얻은 순간들을 하나둘 되돌아보니 전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보고 겪은 경험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던 겁니다. 그런데 모든 경험이 창의적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험이 제 머릿속의 000번 셀(cell)에 들어가 정확히 새겨져야만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깊이 보는 '견(見)'이 중요합니다."     

‘창의성을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인가요, 반대하는 입장인가요? 다른 사람과 짝을 이뤄 찬반 토론을 해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찬반 토론을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에도 서보고, 짝을 바꿔서 찬반 토론을 해보면 더욱 좋습니다. 찬반 토론 후에는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보기 바랍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질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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