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왜 회당(시나고그)을 유대인 생활의 중심이라고 부를까?

유대인의 역사와 사회 이야기 #6

바빌론 유수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면서 유대인들은 성전보다는 생활 속에서 율법을 실천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유대교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제도인 회당(synagogue, 시나고그)이었다. 바빌론 유수를 계기로 유대교는 성전과 제사장 중심의 종교에서 회당과 랍비 중심의 종교로 대전환을 하게 되었다.      

시나고그는 모임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시나고게(synagoge)에서 유래된 말이다. 시나고그의 겉모습은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다르다. 전통식 시나고그는 출애굽 당시 사막을 헤매던 유대인들의 이동 신전을 본 따서 만들었으나 1800년 경 독일에서 보수적인 정통파 유대교에 대항해 진보적인 개혁파 유대교가 부상하면서 각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 형태가 되었다.      


현대의 유대교는 정통파, 보수파, 개혁파 등 세 분파로 나누어져 있다. 10% 정도의 정통파 유대인은 전통의식과 전통축제를 철저히 지키며 유대교 율법을 준수한다. 평생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는 삶을 살면서 때에 따라 예시바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도 한다. 60% 정도의 개혁파 유대인은 전통과 율법을 지키려는 노력보다는 현대의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종교생활도 하지 않는다. 30% 정도의 보수파 유대인은 정통파와 개혁파의 중간 입장을 취하면서 종교생활을 하면서 회당에서 주로 공부한다.        


오늘날의 시나고그는 두 종류로 나누어 지는데, '모임의 집'은 종교 의식을 위해 사용되고, '면학의 집'은 종교 의식 뿐만 아니라 공부를 위해 사용된다. '모임의 집'은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으며, 건물 안에서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면학의 집'은 많은 책들이 비치되어 있고, 단체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나고그는 1270년에 체코 프라하 요세포프에 고딕 양식으로 세워진 '신구 시나고그(Staronova Sinagoga)'다.        


유대인들은 회당에서 성직자 없이 랍비를 중심으로 신자들끼리 모여서 율법을 낭독하거나 기도를 하면서 예배를 드렸다. 이로써 모든 신자는 신 앞에 평등하다는 믿음이 생겼고, 어떤 신자든 성직자처럼 설교를 할 수 있었다. 바빌론 유수 이후 회당은 유대인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회당에 모여 예배도 드리고, 공부도 하며, 공동체의 크고 작은 일도 논의했다. 회당에서 공동체의 종교와 교육, 정치가 모두 이루어졌던 것이었다.       

회당에는 종교를 직업으로 하는 성직자가 없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학식이 풍부해 리더 역할을 하는 랍비가 있을 뿐이다. 랍비는 지역사회의 지도자이자 다툼이 생겼을 때는 재판관, 고민이 있을 때는 인생 상담가가 되어주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에서는 신부나 목사같은 성직자가 종교를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성직자가 없어서 모든 신자가 종교를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본다. 다른 종교와는 달리 랍비가 신도들 보다 높은 곳에서 설교를 하거나 예배를 주도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대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유대교에서는 모든 신자들이 종교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열 세 살에 성인식을 치르고 나면 누구나 성경을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에서는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일은 신부나 목사같은 성직자의 몫이고, 신자들은 성직자들이 해석한 성경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성직자가 없어서 신자들이 스스로 성경을 해석해야만 한다. 주로 신자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는 성직자와는 달리 랍비는 신자들보다 조금 더 많이 공부한 사람으로써 신자들의 공부를 옆에서 가만히 도울 뿐이다.    

 

유대교에서는 기도하는 것만큼이나 공부가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나님과 협력해 세상을 유지하는 사업에 동참하려면 먼저 섭리를 이해해야 함으로 공부는 기도 못지않게 하나님을 찬미하는 일이다. 배움은 하나님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기 때문에 유대인에게는 교육이 곧 종교다. 유대교에서는 토라와 탈무드를 배우는 것을 하나님을 믿는 신앙과 똑같이 생각하는데, 회당은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는 중요한 공간의 기능을 한다. 탈무드에는 "하나님은 1천 개의 재물보다 한 시간의 배움을 기뻐하신다."는 말이 있다. 정통파 유대인의 경우 율법은 하나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철저히 따라야 하며, 율법을 따르지 않으면 죽거나 저주받거나 처벌(석형, 돌로 쳐죽임)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즉, 율법 준수가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라 생사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알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일반 신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대부분 문맹이었고, 성직자들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신자들이 성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성화(聖畵)가 발달했다. 중세 가톨릭교에서는 신자들이 성경 내용을 오해하는 것을 우려해서 약 5백년 동안이나 일반 신도들이 성경을 읽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했다. 기독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신자들이 거의 없었고, 유대교는 열 세 살 때부터 글을 읽기 시작해서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천 년이 넘게 축적된 유대인들의 교육의 힘은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저력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