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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와 거꾸로교실에서 학원을 더 다녀야 할까?

고교학점제, 거꾸로교실과 자기주도 학습코칭의 관계

[하브루타를 통한 메타인지 학습코칭 #6] 고교학점제와 거꾸로교실이 시행되면 학원을 더 다녀야 할까? – 고교학점제, 거꾸로교실과 자기주도 학습코칭의 관계


9월 말부터 울산광역시 울주도서관 주관으로 줌을 활용한 ‘자녀를 크게 성장시키는 부모코칭’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10주 동안 열리는 강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부모코칭’을 시작으로 진로코칭 2회, 학습코칭 4회, 코칭대화 2회, 과정 총정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명 내외의 소수 정예로 진행되다 보니 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하며 충분히 얘기를 나누는 편이다. 지난 수업에서는 학습관리가 주제라 ‘3개월 학습코칭에 참여한 중2 학생의 사례’ 관련 칼럼을 읽게 하고 소감을 들어보았다. 소감에 대해 의견을 얘기하던 중에 한 학부모가 고등학생 자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공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 학생은 초등학교 때는 로봇 만들기 수업에 많이 참여했고, 중학교 시절에는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코딩과 해킹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중학교는 ‘서술형 평가’가 많은 학교를 우선 순위로 배정받아 다녔고, 고등학교는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는 고등학교를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학교가 ‘거꾸로교실’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거꾸로교실이 적용되다 보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강의나 설명은 거의 없고, 학생들이 미리 수업 주제에 대해 피피티 자료를 만들어와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워서 학원의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 학생도 학원을 더 다녀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아울러 중학교 때부터 서술형 시험에 맞춰서 몇 년 동안 공부를 하다보니 서술형 시험이나 수행평가, 보고서 등은 잘 하는데, 객관식 단답형 시험은 어려워하는 것도 고민이라고 했다.


객관식 단답형 시험은 앞으로 다루게 될 ‘시험의 기술’과 암기력 향상을 위한 ‘카드 학습법’을 활용하면 된다고 얘기해 주었다. 거꾸로 교실과 관련해서는 수업 방식이나 평가 방식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올바른 공부습관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간단히 말했다. 수업을 마치고 이 부분에 대해 자세하고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글로 정리하기로 했다.


공부를 ‘학습(學習)’이라고 한다. 즉, 배우고 익히는 것이 바로 공부다. 그런데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공부는 ‘배우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배우고, 인강으로 배우고, 과외로 배우면서 계속 배우고만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는 공부를 하면 제대로 ‘학습’이 되지 않는다. 배우고 익히는 것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공부가 제대로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학습의 과정에서 주체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기억과 학습의 원리에 따르면 학습 내용을 잘 기억하려면 ‘주기적 5회 이상 반복(누적복습)’이 필요하다. 학습문제의 본질은 ‘반복의 부족’이다. 보통 공부에 대해 ‘시험을 망쳤다, 성적이 떨어졌다, 이해가 안 된다,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 등의 말을 한다.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반복이 부족해서 이해와 암기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5번 정도는 봐야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학습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면 위 학생의 고민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거꾸로교실’은 학(學) 중심의 일반적인 ‘강의식, 전달식 교실 수업’에서 습(習) 중심의 수업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거꾸로교실’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이 거의 없어서 학습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니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학(學)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습(習)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수업 전에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 한 번 익히게 되고, 수업 시간에 직접 발표를 하면서 한 번 더 익히게 되며, 다른 학생들의 발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익히게 되는 것이다.


학원이나 과외, 인강을 통해 한 번 ‘배우고’, 학교 수업을 통해 한 번 더 배운 학생과 발표 자료를 준비하며 한 번 ‘익히고’, 발표를 하면서 한 번 더 ‘익히고’, 발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익힌 학생 중에 누가 더 학습내용을 잘 습득하게 될까? 선생님의 설명을 두 번 듣는 것과 스스로 세 번 공부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학습효과가 높을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여기에서 공부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학습의 원리에 따르면 5번 정도는 반복해야 된다고 했다. 학원 수업과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두 번의 공부를 한 학생은 수업 직후 복습, 방과 후 복습, 주말 복습 등으로 세 번의 공부를 더 해야 한다. 발표를 준비하고, 발표를 하고, 발표를 들으면서 세 번의 공부를 한 학생도 수업 직후 복습, 방과 후 복습 등으로 두 번의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이렇게 제대로 된 학습을 위해 다섯 번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수업 방식은 크게 상관이 없다. 일반적인 강의식 전달식 수업이든, 거꾸로 교실이든, 한 교실에서 정해진 커리큘럼과 시간에 따라 수업을 듣든, 교실을 옮겨가면서 자신이 선택한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듣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EBS <공부의 왕도>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3단계 학습법(예습, 수업, 복습) 실천 사례를 보여준 권은진의 공부법을 다시 살펴보자. 일반적인 ‘강의식 전달식 수업’에 맞춰진 그녀의 공부법을 분석해보면 수업 전에 교과서 목차 학습법으로 첫 번째 보고, 수업 시간에 노트필기를 하면서 두 번째 보고, 수업 후 쉬는 시간에 질의응답, 노트 추가, 2분 복습법으로 세 번째 보고, 방과후 교과서 목차 확인, 학습목표 확인, 본문 읽기로 네 번째 보고, 노트필기 확인으로 다섯 번째 보고, 참고서 읽기로 여섯 번째 보고, 백지 학습법으로 핵심개념을 총정리하면서 일곱 번째 보고, 문제풀이로 오개념을 정리하면서 여덟 번째 본다.


권은진 학생이 ‘거꾸로 교실’ 수업에 참여한다면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수업 전에 교과서를 바탕으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 첫 번째 보고,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면서 두 번째 보고, 수업 시간에 다른 발표를 들으며 노트필기를 하면서 세 번째 보고, 수업 후 쉬는 시간에 질의응답, 노트 추가, 2분 복습법으로 네 번째 보고, 방과후 교과서 목차 확인, 학습목표 확인, 본문 읽기로 다섯 번째 보고, 노트필기 확인으로 여섯 번째 보고, 참고서 읽기로 일곱 번째 보고, 백지 학습법으로 핵심개념을 총정리하면서 여덟 번째 보고, 문제풀이로 오개념을 정리하면서 아홉 번째 본다.


권은진 학생처럼 예습, 수업, 복습 등 3단계 학습법을 바탕으로 자기주도학습을 철저히 하면 사실 학원이나 과외, 인강 등 배움 중심의 수업은 들을 필요가 없다. 교과서 읽기와 학교수업 듣기, 노트 필기, 참고서 읽기, 문제집 풀이 등으로 5회 이상의 반복이 충분히 되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에서 학교나 학원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할 때나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질문을 통해 답변을 들을 때 뿐이다. 그 외의 모든 학습 과정에서는 학습자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 자기주도 공부습관을 갖춘 최상위권 학생들이 학원을 안 다니거나 최소로 다니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결정적인 이유다.


우리는 그동안 공부는 ‘배우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부족하면 학원에서 배우고, 인강으로 배우고, 과외로 배우면서 계속 ‘배우기’만 했다. 그래서 학습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시원하게 ‘예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익히는 것’이 빠진 공부는 한 쪽 바퀴가 빠진 자전거와 같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한 쪽 바퀴로 자전거를 타느라 외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자전거를 세워서 묘기 수준으로 운전하기 때문이다. 배움의 바퀴에 익힘의 바퀴까지 장착되어야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듯이 공부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외바퀴 자전거로 힘들게 묘기를 부리게 할 것인가? 두바퀴 자전거로 편안하게 운전하게 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에 따라 우리 아이의 10년 공부가 좌우된다.


참고>


고교학점제 :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에서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신청을 하고 교실을 옮겨다니며 수업을 듣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학년에 관계없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춘 획일적 교육과정 대신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2022년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7년에 전국 일반계·직업계고 각각 30곳씩 총 60곳을 정책 연구학교로 정하고, 교육과정 다양화 경험이 있는 일반고 40곳을 선도학교로 지정해 2018년부터 3년간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거꾸로 교실 : 거꾸로 교실은 동영상 제작과 배포라는 테크놀러지의 도움을 받아 고전적인 수업 형식을 뒤집은 것이다. 즉, 교실에서 이루어지던 교사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교실 밖(과제)으로 이동하고, 기존에 집에서 이루어지던 과제 활동을 교실로 옮김으로써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뒤집은 것이다. '뒤집다'라는 뜻을 지닌 'flip'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반대로 강의와 숙제를 거꾸로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꾸로 교실은 다양한 명칭으로 회자된다. 영어권에서는 주로 flipped classroom, inverted classroom으로, 한국에서는 이를 거꾸로 교실, 거꾸로 수업, 역전 학습, 뒤집은 교실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 수업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주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국내 대학에서도 수년 전부터 거꾸로 교실을 도입하여 교육 혁신을 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거꾸로 교실 :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수업의 비밀/이민경/살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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