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7: 교회는 누구의 것인가
AI시대 2030 대한민국 - 기본의 나라
에피소드 7: 교회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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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봄, 경기도 양평군 한적한 마을. 벚꽃이 막 져가는 언덕 위 작은 교회. 십자가엔 바람이 슬며시 걸려 있었고, 현판 위에는 오래된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믿음교회,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박정배 목사는 그 교회를 32년째 지키고 있었다. 처음 교회에 부임했을 땐, 아이들 웃음소리와 함께 예배당이 가득 찼지만 지금은 주일마다 자리에 앉는 이가 열두 명 남짓이었다. 그리고 작년, 정부의 ‘AI 종교지원 시범 사업’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루아(RuA)’라는 AI 설교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루아는 구약·신약 전체 본문을 데이터베이스화했고, 설교의 시대별 언어 분석, 신도 연령별 공감도, 문장 완결성, 메시지 전달력 등을 기반으로 매주 ‘이 시대에 맞는 말씀’을 설계해냈다. 도입 첫 주, 신도 수는 2명 늘었다. 둘째 주엔, 그 주 설교가 ‘정확해서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셋째 주, 박 목사는 설교단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예배당 뒤편 작은 방에서 조용히 루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늘의 말씀은 누가복음 10장 29절입니다.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이 본문은 현대 사회의 관계 소외, 그리고 윤리적 소비의 지점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박 목사는 고개를 떨구었다.
‘해석은 맞았다. 그러나, 그 안엔 고백이 없었다.’
그는 오래전 한 신도의 얼굴을 떠올렸다. 매주 늦게 도착해 조용히 구석에 앉던 노모. 그녀는 눈물 한 방울 없이 들었던 설교 뒤에 항상 작은 헌금을 내고 말없이 사라졌다. 그녀의 예배는 분석 불가능한 침묵이었다. 루아는 그런 신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예배 후, 정영자 권사가 다가왔다.
“목사님, 요즘 왜 말씀 안 하세요?”
박 목사는 조용히 말했다.
“루아가 더 잘하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루아는 성경을 말하죠. 목사님은, 하나님 앞에서 벌벌 떨면서 약한 마음으로 말했잖아요. 그게... 설교 아니었어요?”
박 목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엔 믿음과 회의, 그리고 사랑이 동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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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일. 박정배 목사는 설교단에 섰다. 교회는 조용했고, 루아는 꺼져 있었다. 그는 첫 문장을 꺼냈다.
“오늘은... 성경 구절을 인용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한 사람으로서 믿음 안에서 경험한 두려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저는 기계보다 정확하지 않고, 말이 더디고, 가끔 말씀을 잊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말씀을 준비합니다. 기계는 교회를 운영할 수 있어도, 함께 울어주진 못합니다.”
예배당은 조용했다. 그리고, 어느새 누군가가 훌쩍였다. 예배가 끝난 뒤, 젊은 부부가 다가왔다.
“목사님, 오늘 말씀... 오래 기억날 것 같아요.”
그들은 설교가 아니라 고백을 들었던 것이다. 박 목사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설계된 시스템보다 덜 정확해도, 제 말에 사랑이 있게 하소서.’
며칠 후, 운영위원회 회의. 루아 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한 장로는 말했다.
“젊은이들이 돌아왔어요. 설교가 짧고 정리되어 있어서 좋다더군요.”
박 목사는 조용히 말했다.
“신은 요약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기다리십니다. 우리가 헤매는 시간을.”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다. 그러나 다음 주일, 루아는 꺼진 채였다. 그리고 교회에 새로 붙은 종이 하나.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기계는 말씀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로는, 사람만이 건넬 수 있습니다.”
3일 후, 교회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박 목사에게 다가왔다.
“목사님, 하나님은 기계인가요, 사람인가요?”
그는 잠시 망설였고, 이내 말했다.
“하나님은 ‘말할 줄 아는 침묵’이시란다. 그래서 우린, 그 침묵 앞에서 질문해야 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럼, 질문해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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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하는 그 장면을 담았다. 목사와 아이, 낡은 벤치에 앉아 함께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 다큐멘터리 자막은 이렇게 끝났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 그리고 육신은 흔들리는 말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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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 8화 예술의 죽음과 부활
AI 예술 생성 플랫폼 ‘모나’가 작곡·회화·소설까지 장악한 시대, 한 무명 작곡가는 자신이 만든 곡이 ‘AI 작품’으로 오해받는다. 진짜 창작은 어디에 있는가? 사람의 흔적이 남는 예술, 그 재정의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