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미움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한 아이가 감정을 담아 말했다. 따가운 말이 날아와 듣고 있던 아이의 마음에 콕 박혔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아이의 세상이 미움에 물들어갔다. 밥을 먹을 때도, 친구와 즐겁게 노는 순간에도, 심지어 꿈속에서도. 미움은 자라고 또 자라났다. 부풀고 또 부풀었다. 마침내 아이의 세상을 모두 집어삼킬 만큼.
어린 시절의 나 역시 누군가를 몹시 미워했다. 상처가 되는 말이 돌아올 때면 나는 웅크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유를 떠올리면서 감정은 날이 갈수록 몸을 부풀렸다. 평온한 하루도 단번에 어둡게 물들일 만큼.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구멍에서는 계속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너는 나를 절대 잊지 못해.
어린 시절의 나는 미움의 원인을 나에게 찾았다. 그리고 나 자신을 몹시 미워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미웠지만 나 자신도 미워했다. 저 사람이 그토록 나를 미워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어린 시절의 나는 미움에 나를 가둬 두는 아이였다.
세상을 삼켜버린 미움은 아이를 바다 아래, 더 아래로 잡아끌었다. 하지만 아무리 미움을 키워도 아이의 마음은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더 괴로워질 뿐이었다. 일상 속에서 미움이 튀어나와 생각을 삼켜버리니까.
돋아난 미움을 뽑아내는 건 단순했다. 부스럼이 번지지 않도록 신경 쓰여도 만지지 않고 기다리는 일. 아이는 목에 걸렸던 미움의 가시를 삼켰다. 삼키는 내내 따갑고 아팠지만 미움은 결국 마음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마침내 아이의 세상은 본래의 빛깔을 되찾았다.
어른이 된 나는 미움이 만든 구멍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미움을 삼켜낸 아이처럼. 구멍에서 아무리 미움이 흘러나와도 더는 마음이 물들지 않았다. 대신 나는 따가운 미움을 온몸으로 받아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안아주었다.
미움은 결국 너를 삼키지 못해. 너는 사랑을 받아 마땅한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