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라는 껍질 벗기

일상 묵상

by 뉴질남편

해외에서 만나는 한인들은 목사가 어떻게 하면 열 받는지를 너무 잘 안다. 처음에는 목사님 목사님 하다가도 수가 틀리면 김혜원 씨, 그리고 좀 더 나아가면 이 새끼라는 말도 서슴치 않고 튀어나온다.


목회를 그만두고자 온 이민, 누구에게도 나를 목사라고 소개한 적이 없었고 목사인 것을 숨기며 다녔다. 김혜원 씨~ 갑자기 속에서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려 하는 한 마디를 겨우 참았다.


‘저는 한국에서 안수받은 목사입니다.’


어떻게 숨기고 숨겼지만 목사에게서만 나오는 말투, 행동 그리고 태도는 내가 목사요라는 말만 안 했지 이미 목사임을 만방에 선전하고 다니는 꼴이었다.


대부분 목사들이 착각하는데, 목사 안수를 통한 기름 부름이 흘러나와서, 성령의 권능이 흘러나와서,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서 사람들이 목사로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목사이기 때문에 목사에게만 있는 그 독특성을 이민자들은 너무 잘 안다.


내가 뭔가 된 듯한 착각, 하나님 말씀을 전하니 특별하다는 착각, 나는 선택받은 족속이라는 착각, 3대 감리교 목회자 집안이라는 프라이드의 그 착각이 본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이 남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우월의식이 있다.


이 껍질을 벗기가 참 어렵다. 내가 여기서 사역하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스가 한 적이 있다.


“너는 특별하지 않다.”

“하나님은 네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요지는, 네가 겪는 여정 이미 누군가 다 겪은 여정이요, 너의 능력 또한 누군가에게 있는 능력이니 까불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에 섬길 수 있음에, 자격 없는 자에게 주신 그 은혜에 감사함으로 충성을 다하라라는 말이었다.


나는 타이틀을 믿지 않는다. 타이틀은 타이틀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자신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변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주님이 지으시고 만드신 대로 생긴 대로 살면 될 뿐이다.


하지만 나도 말은 이렇게 해도 이 껍질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 학교 청소를 하면서 누가 뭐하냐고 물어본다. “나 이래 봬도 목사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을 보면서 느꼈다. 아~ 사람들은 나에게 지독할 정도로 관심이 없구나라는 것을.


코로나로 인해 이 목사의 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목사인 자신이 아니라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연약한 남자요, 남편이며, 아버지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목사라는 껍질을 벗어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비록 목사가 아닌 자기 자신을 보기가 두렵고 괴롭겠지만 괜찮다.


목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이제 목사인 나를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나 자신 그 자체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면 된다.


목사로 부르신 그 부르심이 아니라 나 자신을 부르신 그 부르심대로 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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