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하와, 에덴에서 쫓겨난 이후
하와 뱃속에 뭔가가 움직인다. 가끔 배를 차기도 한다. 아담 역시 하와의 몸 변화가 무섭기만 하다. 혹시 선악과를 따먹은 저주가 이렇게 몸의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지, 혹시 자기에게도 이런 저주가 임할까 두렵기만 하다.
처음으로 겪는 산통, 하와가 숨을 헐떡이며 아담을 부른다. 지금은 내진을 통해 10센티미터가 열리면 나오는 순간을 예측하여 라마즈 호흡법을 익힌 스위트 한 남편이 미드와이프의 지시에 따라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아내에게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하는 장면이 당연하겠지만 아담은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아담, 산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하와를 보며 격려의 한 마디는 못해줄망정 언제부터 본인이 재판장이라고 된 듯도 해서는 안될 소리를 한다.
“또 그동안 무슨 죄를 졌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하와는 해산하는 고통에 그런 아담의 정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단지 빨리 이 순간이 끝나기를 바랄 뿐. 하와는 외롭게 누워 아담의 구박을 받으며 그렇게 첫 아이가 자신의 몸 안에서 나오는 두려움과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그래서 요즘에도 아담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남편을 둔 여성들은 조상 하와가 같이 출산 때 남편에게 쌍욕을 날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물과 피가 터지며 나오는 핏덩이가 하와의 다리 밑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아담, 이 광경을 보며 뒤늦게야 이것이 야훼께서 말씀하신 여자의 후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리고 그 핏덩이를 자신의 품에 안아본다. 자신을 닮은 듯 하지만 닮지 않은 듯 한 이 작고 작은 꼬무락거리는 생명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작은 인간의 힘찬 울음소리가 하와와 아담의 귓가에 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여곡절의 10달이 지나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이 창조된 이래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간, 자신의 자손, 인간 아기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품에 아기를 안은 아담, 갑자기 겁이 나는지 그 아기를 이 세상이 창조된 이래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엄마가 된 하와에게 떠넘긴다. 생명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고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하와와 아담의 마음속에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하와의 젖가슴을 향해 나아가고 나도 너와 같은 생명이라고 주장하기라도 하 듯 자신의 어머니의 젖을 힘차게 빨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