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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남편 Jun 03. 2022

선녀와 나무꾼에 대한 현대적 해석

이민자의 눈으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잠자리에  아들에게 읽어주는데, 이야기 뒤편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는  같다.


하늘나라에서 강제로 하늘 아래에서 살게 된 선녀는 시어머니와 외아들인 남자를 남편 삼아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아가다가 제발 여권 좀 한 번만 보여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마음 약해진 남편이 여권을 보여주자마자 남편과 시어머니를 등지고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버리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전래동화가 선녀와 나무꾼이 아닐까?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간 나무꾼은 자기 아내와 아들들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홀로 남은 어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에 이민 온 자녀의 부모님 생각에 대한 고뇌가 느껴진다.


그러다가 용마를 타고 어머니를 보러 가지만 뜨거운 호박죽 한 그릇,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맛있는 그 호박죽 먹다가 그 뜨거운 호박죽 용마의 등에 쏟아지는 바람에 나무꾼은 낙마를 하게 되고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다 결국 아내와 자녀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의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에 기러기 아빠들의 아픔이 느껴져서 눈물이 흐른다.


워킹홀리데이로 놀러 온 여성이 뉴질랜드 토박이 남성과 결혼한 후에 겪는 고민, 그런 여성과 살아가는 시골 교민 남편의 미안함과 아내를 향한 안쓰러움, 부모님은 모시고 싶지만 떨어져 있어 죄송한 마음뿐인 자녀의 마음을 참 잘 표현한 전래동화다.


괜히 선녀 같은 여자랑 살려고 욕심부리다가는 이렇게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냥 자기 수준에 맞게 가까운 곳에서 인연을 찾아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욕심부리면서 뭔가 한번 특별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선녀와 나무꾼 두 번째 시즌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남게 될 위험이 크다. 뭐 그것도 팔자려니 하면서 살아가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동화 참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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