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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남편 Aug 16. 2022

멍멍이 역할

이민과 자녀양육

딸이 학교에 가면 역할놀이를 한다. 어떤 아이는 엄마 역할, 어떤 아이는 아빠 역할, 어떤 아이는 자녀역할 하지만 딸은 영어가 완전히 엄마, 아빠, 자녀를 소화할 만큼 되지 않아서 멍멍이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집에 와서 멍멍이처럼 흉내를 내면서 "월월~"하면 아이들이 와서 이쁘다 하고 쓰다듬어준다는 말과 직접 보여주는 시연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여기 사람들이 잘하는 말 중에 "Be yourself"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이니 다른 사람을 흉내 낼 필요 없이 나의 장점과 개성을 잘 개발해서 그 분야에서 행복하라는 뜻.


엄마도 아빠도 자녀도 멍멍이도 모두 그 역할극에서는 중요한데,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에게 다시는 멍멍이는 하지 말고  영어가 안돼도 자녀역할이나 부모역할을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딸이 하는 말이


"멍멍이 역할이라도 해서 애들이랑 놀 수 있는 게 어딘데요..."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대화였지만, 또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대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민자들은 기를 쓰고 아이들을 뒤에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구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목사는 예외)


하지만 그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젊은이들을 많이 만나보지만, 그들의 삶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다.


멍멍이 역할이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임으로 구성원이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안 되는 영어로라도 고집을 부려서 부모역할, 자녀역할의 반열에 올라가는 것이 맞는 것이지 고민이다.


(201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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