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아내가 일하고 돌아오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딸아이처럼 조잘조잘 이야기를 해준다. 요즘 그 이야기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아침에 분위기 전환하려고 어떤 아줌마가 퀴즈를 이메일로 보내는데 아내는 그 퀴즈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퀴즈의 답 맞추기도 힘들다고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무량도 굉장히 많은데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토종 한국인이 이민을 와서 현지 회사에서 일하려면 세 가지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업무의 무게, 언어의 무게, 그리고 문화의 무게다.
영어점수 만들어 학교만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는데…
학교에 입학하여 시험을 잘 봐서 졸업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졸업하고 취직만 하면 새로운 세상에 열릴 것 같았는데…
취직하고 급여만 받으면 이제 좀 풀릴 것 같았는데…
아니다. 새로운 인생의 챕터가 끝나면 또 다른 챕터가 기다린다. 각 챕터마다 지고 가야 하는 무게는 짐의 내용만 다를 뿐 무게의 곤고함은 동일한 것 같다.
그래도 다음 챕터가 있음이 또 다른 시즌이 분명히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음이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