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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남편 Apr 18. 2024

뒤늦게 깨달은 인생현타

뉴질랜드 첫 집 구매의 여정

목사는 집을 가지면 안 된다는 문화 속에서 살았던 나에게, 목사라는 타이틀을 벗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니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교회에서 이것저것 했던 기술들은 세상(?)에 나와보니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만한 고급기술이 아니었고, 세금도 뉴질랜드에 와서 정식으로 납입했지만 정부보조금을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봉이었다. 그런 현타 속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누군가를 만나게 하시는데 그 사람을 통해 정말 내가 아무것도 아니며  교회 밖에서는 경력단절자 보다 더 심한 무경력자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목사님은 왜 그렇게 자신감이 넘쳐요? 어디서 그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오는 거예요? 지금 그렇게 성도들이 목사님 목사님 불러주는 타이틀에 심취하지 마시고 현실을 자각하세요. 인생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소한 그래도 자기 집은 하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집뿐만 아니라 그래도 투자용 집도 하나 있어서 아이들 결혼할 때 최소한 아이들에게 일인당 10만 불씩은 디파짓을 주면서, '이 돈으로 집을 사거라 아버지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선물이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너무 믿음 믿음 하지 마시고 현실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목회는 목사님이 아니어도 다른 목사님으로 대체되고 또 하나님의 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목사님의 인생은 목사님이 최소한 목사님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만나기만 하면 계속 나에게 말하는 목사님이 계셨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믿음 없고 세속적이고 하나님도 모르는 사람이 목사가 되었지? 이 사람은 왜 자꾸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거지?' 하지만 이 사람의 말이 자꾸 마음에 맴돌고 한 때는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목회를 그만두고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으로 전향할까도 생각했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나누기로 하고, 간단히 말해 엘림교회에서 목사라는 포지션에서 목회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많은 돈을 주는 직업을 얻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리고 또 나에게 현타를 주신 분이 한 분 더 계신다. 그분은 나와 비슷한 년도에 이민을 오셨지만 지금 집이 세 채라고 자랑을 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지금까지 인생을 헛 산 겁니다. 당신도 저처럼 그 시간 동안 열심히 일했으면 저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나는 이분의 말에 정말 낙망과 절망 그리고 진정한 현타가 무엇인지를 처절하게 경험했다. 아마도 그분은 집자랑, 돈자랑 하려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 정말 나에게 현실을 자각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라 믿는다. 또 자랑이면 어떤가? 집 세 채면 자랑할 만하다. 아무튼 인생을 헛살았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나의 7년을 돌아보았다. 돌아보고 나니 그분 말처럼 집이나 돈에 관련해서는 헛살았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곰곰이 나의 길을 돌아보니 절대 헛된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7년간 그분이 갖지 못한 무형의 자산이 가능성이 그리고 지혜가 있었다.

아무튼 인생의 현타가 온 그 시점에 나는 정말 심각하게 내 인생을 고민했다. 이러다가 집 하나 없이 어떤 부자가 남아도는 렌트집 하나 섬기는 마음으로 목사인 나에게 무료로 대여해주지는 않을까라는 그런 소망으로 살아가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과 어떻게든 하나님이 인도하시겠지라는 막연함, 혹은 나이가 당시 나이로 40이 가까이 가는데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했나라는 자괴감으로 인해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힘든 시간이 나에게는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현타 뒤에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믿음으로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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