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정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간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가 된다. 전도사 하는데 설교는 안 시키고 운전만 시킨다. 나를 훈련시킬만한 좋은 교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른 교회로 옮긴다. 그 교회에 가니 새벽기도, 수요예배, 금요예배를 설교시킨다. 찬양인도도 많이 한다. 마음에 든다. 뭔가 성장하는 것 같다. 강대상에서 하는 소리에 어머님 같은 어르신들이 아멘 아멘 하는 소리에 뭔가 된 거 같다. 설교를 하니 비로소 목사가 되는 느낌이 든다. 안수를 받아서 목사가 된다. 부목을 한다. 교구목사라 꽤 많은 성도를 보살핀다. 장례도 집례하고 결혼식도 주례한다. 그래도 아직 뭔가 목사가 된 거 같지 않다. 그렇다. 담임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담임이 되어야 진정한 목사 정체성이 실현되는 거다. 그런데 담임자리가 없다. 결혼을 해서 아이도 생겼다. 늦기 전에 담임이 돼야 한다. 어디서 청빙 안 하나 기웃거리며 이력서도 넣어보고 면접도 본다. 최종선발에서 떨어진다. 그러다가 나이가 든다. 교회에서 나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나간다. 더 이상 설교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한다. 가정예배를 통해 그 실낱같은 정체성을 근근이 유지한다. 애들이 존다. 사모도 지친다. 어느새 가정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교회도 잘 안 간다. 그는 여전히 목사인가? 아니면 담임의 자리에 골인한 그 사람만 목사인가? 목사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