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질남편 May 09. 2024

시계추 인생

나의 인생

“아들아 아빠가 많이 아프시네”

“병원에 입원을 하셨어? 어? 왜 무슨 일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셔서”

“내가 갈까 엄마?”

“뭐 온다고 달라지겠냐? 그래도 올 수 있으면 와보던지”

그렇게 모든 이민자들이 경험하는 여정의 풍경을 나도 경험하고 있다. 비행기를 탔다. 12시간 오는 동안 성경도 읽고 외운다. 영화도 본다. 어느새 도착한 한국, 미리 처제가 끊어준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온다. 어머니가 마중을 나오셨다. 집에 도착하니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지신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 뭐 큰 거 사 온 것도 없는데 아들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버이 선물이 되셨는지 행복해하신다. 뭐 다른 거 바랄게 없이 자주 찾아뵙는 게 부모님께는 보약이다.

해가 갈수록 부모님은 늙고 약해져 가신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자녀들은 점점 자기 자리를 향해 떠나려고 자라 간다.

아내가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두 아이를 돌본다. 일터에서는 직장인으로 집에 오면 엄마로 왔다 갔다 하며 두 역할을 해 나간다.

한국에 왔지만 떠나기가 걱정된다. 이렇게 약해지신 부모님을 두고 떠나는 자식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하지만 인생이란 시계추와 같아서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나 보다. 그 시계추가 오른쪽에 계속 머물고 있고 싶다 해서 머무르고 있다면 그 시계는 고장 난 시계다.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오른쪽으로 삶의 강의 흐름이 나를 이끌 때 저항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오른쪽에 있는 순간과 시간과 공기와 분위기 그리고 모든 요소 하나하나를 다 맛보고 즐기고 배우고 경험하면 된다. 그 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나의 모든 것을 주면 된다. 사랑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즐거워하면 된다. 그러다 삶의 중력이 나를 다시 왼편으로 이끌 때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이동하는 그 순간순간을 또 음미하며 눈물이 터지면 울고, 충분히 울고 슬퍼한 후 그 중력에 나를 맡기며 다시 왼편으로 돌아와 나의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부모님은 늙어가시고 자녀는 더 자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나 역시 삶을 바라보는 눈이, 그리고 자세가 한층 더 성숙하게 무르익어가겠지.

그래 받아들이자.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지금 내 위치에서 모든 순간을 누리자. 그리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날 담담히 그 오늘이 된 내일에 최선을 다하자.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이 배움이 됨을 감사하자. 그래서 인생이 아름다운가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