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하늘색 상자.

이사할 때마다 하게 되는 통과의례

by 감성케이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하늘색 상자 하나.
그 속에 들어있는 물건들은 생각보다

깨끗한 상태다.
1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하늘색 상자 안에는 하늘색으로 된

물건들이 들어있다.
하늘색 연필, 하늘색 물티슈, 하늘색 지우개,

하늘색 비눗방울 등 몇몇 물건들은 지금 써도

괜찮을 만큼 상태도 아주 좋은 편이다.
물티슈는 이미 말라 버린 지 오래지만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당시 고등학생 이였던 나에게

첫사랑이 준 물건들이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서 상자 안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하늘색 비눗방울 통 하나.
흔들어보니 안에 액은 있는 상태다.

'될까?? 안될까??' 하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비눗방울을'후~'하고 불어보았다.

비눗방울 채 구멍 사이로, 비눗방울들이

하나, 둘씩 참 예쁘게 나오기 시작한다.

순간,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기분 좋은 웃음보단, 살짝 나에 대한

어이없는 웃음이라 할까...??

매번 이사 갈 때마다 본 상자였는데,

그럼 충분히 버릴 수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놔두고 있었던

마음은 뭐였을까... 하고...
첫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아님, 사랑? 그리움??
그렇게 난, 잠시 동안 회상에 잠겼다.

매번 상자 안은 열어보지 않았었었는데
어쩌다 열어 본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판도라의 상자도 아닌데 말이다.

이사하고, 짐 정리를 할 때마다 겪게 되는

통과의례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나간 물건,

지나간 추억에 대한 미련 같은 건,
지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그 당시 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박한 세상,

그때만큼은 뭘 해도 즐겁고

뭘 해도 행복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하늘색 상자를 아직까지

내가 버리지 못하고 놔두고 있는 건
그 상자 색깔처럼 맑고 푸르렀던
어릴 적 나에 대한 그리움을 잊어버리기

싫어서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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