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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케이 Mar 09. 2018

23. 그렇게 엄마가 되고 그렇게 아빠가 된다.

부모의 어깨.



날씨가 꽤 좋았던 주말. 집에만 있기엔 뭔가 따분하고 또 그런 내가 안쓰러워보였는지 신랑이 빨리 일을 끝내고 와서 우리 셋은 오랜만에 외출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그럴것이 아직 50일 정도 밖에 안되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갈수도 없기에 차를 타고 나간 건 이번이 정말 처음이었다. 병원가는 것을 제외 하고 말이다. 그로인해 아이를 처음 카시트에 태워보았다. 처음엔 얼마나 울고불고 하는지 젖꼭지를 물리고서야 겨우 조용해졌다. 아마 아이도 뭔가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접할 때 마다 조심스럽고 두려운 모양이다.


도착지에 다와가니 이 날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으면 뭔가 정신이 없을거 같아서 그냥 집으로 갈까도 했지만 가지말라고 붙잡듯 때마침 공연이 시작해서 그대로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먹거리 코너에서 신랑과 함께 맛있는 것도 사먹으며 오랜만에 데이트 아닌 데이트도 즐겼다.

선선해진 날씨에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까지.

이렇게 바깥에 나와서 오랜만에 산책을 하니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바깥공기를 마시라고 하는건가보다. 그리고 여기 올림픽공원은 나에게 또다른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 곳은 내가 만삭일때 신랑과 둘이 종종 산책하던 공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와 함께 셋이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으니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아마 다음엔 올땐 아기가 아장아장 걸을일지도 모른다.




가장의 무게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조금씩 뒤쳐져서 걷게 되었다. 예전같았으면 1시간은 기본으로 걸었을텐데 이젠 체력도 따라주지 않고 골반도 아파서 오래 걷는 것도 힘에 부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신랑 뒤에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가는 신랑의 뒷모습을 보는데 어쩐지 마음이 짠해졌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애잔함 같은거였다. 사실 아이를 낳고나서 예전과는 다른 힘듦에 가끔 신랑에게 울면서 힘들다고 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신랑 또한 겉으론 괜찮은척 하고 있지만 나 못지않은 힘듦이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뭔가 예전보다 커진 가장이라는 책임감. 아마 내가 느끼고 있는 책임감과는 또 다른 느낌의 책임감을 신랑도 가지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엄마가 되고
그렇게 아빠가 된다.



산책하는게 좋았던지 유모차에서 잘 자고 있는 아이. 덕분에 오늘밤 눈이 말똥말똥 해져있을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한 외출에 많은 생각도 하게 되고 또 많은 힐링도 된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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