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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inertalknet Feb 23. 2020

독일에서 축구와 관련된 일하기

축구


2016년 어학과정 이후, 2017년 2월 학교 진학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마무리했다. 독일 대부분 학과는 10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서류를 마무리한 시점부터 많은 시간이 있었다. 독일축구협회에서 발간한 트레이닝 및 전술 전문서적들을 여러 차례 읽으며 이론적 지식을 학습하였고, 지역 생활 축구 클럽 U12-U13 팀 보조 트레이너로서 약 8개월 이상 활동하며 실전적 경험을 쌓았다. 또한, 축구 경기 간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어떤 팀의 고유한 패턴 등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해당 장면에서 양 팀의 장, 단점 등을 독일어로 작성하는 연습과 녹음하여 말하는 연습을 매일 했다.


그러나 2017년 10월, 학교 입학 이후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 귀국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직면했다. 귀국을 하기 전 최소한 DFB B 축구 코칭 라이센스를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학교 공부 대신 축구 공부에 더욱 집중을 했다. 2018년 3월-4월 3주 기간 동안 교육을 이수했다. UEFA Pro 강사 2명이 수업을 진행하는 형태였다. 강사들은 축구 기술, 전술, 훈련 이론, 일반 스포츠 이론 등을 강의했다. 외부 강사로는 지역 거점 트레이너, Polar의 직원, FC 쾰른 유소년 트레이너, 심판, 목소리 전문가 등이 있었다. 당시에 축구 내적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교육을 받은 곳은 미텔라인 지역 축구협회로 스포츠 학교 헤네프, UEFA Pro 라이센스 교육을 주관하는 바이스바일러 아카데미와 같은 장소에 있다. 스포츠 슐레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종목들의 선수를 교육하고 육성하는 기관이다. 올림픽 거점 훈련 센터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스포츠 슐레 맞은편에 언덕을 올라가면 실내 축구장, 천연 잔디 구장 2개와 인조 잔디 구장 1개가 있다.


일본 프로 산하 중학생 선수들의 짐


지금, 어느 정도 스포츠에 관련된 지식을 가진 후 교육시간 및 교육을 받았던 장소를 회상하면 또 다른 축구 외적인 것들을 배웠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러 국적의 선수들이 재정적 규모가 큰 지역 축구협회에서 훈련을 진행하거나 교육을 받는다. 지역 축구협회는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여러 사업들을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한다. 본인이 교육에 참가했을 당시 중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와 일본 프로 산하 중학생 선수들이 방문을 했고 일정 기간 동안 숙박했다. 각 지역의 특정종목협회들이 때론 독립적으로 기관을 운영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교육 기간 동안 좋은 강사님들과 좋은 동료들 덕분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본인이 희망했던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큰 어려움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런 환경에 놓여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했고, 항상 책임감과 겸손함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6월에 있는 시험을 신청했지만 전산상 오류 혹은 시험 대기 인원이 많았기에 등록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8년 4월 귀국을 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여 년간 축구 및 본인의 전공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험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의 짧은 인생 중 가장 많은 것들을 배운 기간이었다. 먼 훗날 내가 성공한 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공명심을 바라며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선한 생각을 바탕으로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타인들을 배려하는 방법들을 배웠고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았다.


또한 가족들을 위해 하루를 고군분투하는 소시민들의 삶들이 위대하다고 느끼고 배웠다. 미디어로부터 포장되고 우상화되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잘하고 못하고, 재능이 있고 재능이 없고 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고 사랑의 중요성과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더욱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도덕적으로, 비양심적으로 행동했던 시간들을 반성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나를 버리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내가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해야지 가장 이로울까라는 생각을 하니 과도한 욕심을 내려놓게 되고 하루하루 최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나 자신에 대해 더욱 많이 배우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3월, 한국을 떠나 다시 독일로 돌아와 학업을 재개했다. 2019년 6월 DFB B 시험에 응시했다. 축구 기본기, 경기, 필기, 축구 규칙, 비디오 분석, 코칭을 평가받았다. 마지막 시험으로 프로 유소년 팀 대상으로 한 코칭을 평가받았다. 원래 코칭 대상은 레버쿠젠 혹은 쾰른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포르투나 쾰른으로 바뀌었다. 본인은 시험 주제로 수공 전환을 부여받았다. 수비를 하다 공격으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돈되지 않은 상황을 형성하고, 모두의 높낮이를 다르게 설정하고, 출발점을 매번 달리 하는 것이 훈련의 중점이었다. 위 사진은 본인이 훈련 설명을 할 때, 강사분이 보충 설명해주신 장면이다. 아래 사진은 본인이 시험을 마친 후 다른 참가자를 찍은 사진이다.



7월부터 Nachwuchsleistungszentrum(엘리트 유소년 육성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에르푸르트 유소년 팀 U10-U15에서 5-6개월간 트레이닝 실습을 했다. 지금은 팀이 재정적 문제로 인해 파산했고 엘리트 유소년 육성센터라는 칭호를 독일축구협회로부터 박탈된 상황이다.



실습을 마친 후 2020년 2월, Bepro 11에 분데스리가 3, 레기오날리가, 쥬니어 분데스리가 A,B 경기를 주기적으로 촬영하는 업무를 지원하여 부여받았고 쥬니어 분데스리가와 쥬니어 레기오날리가를 오가는 FC Carl Zeiss Jena U19팀의 비디오 분석관으로서 몇 개월 간 일하게 되었다.


사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삶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고 그렇지 못한 이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자. 내일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오늘에 집중하자. 공명심과 사사로움을 버리자. 오는 사람 내치지 말고 따뜻하게 대하자. 어려울수록 쉽게 생각하자. 어려울수록 원칙을 생각하자. 도덕적 완벽함을 지향하자. 입이 아니라 등으로 말하자. 길에 사자가 있다고 돌아가지 말자.


처음부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를 찾아오는 사건을 피하지 않았고, 그들의 말에 공감하면서 열심히 변론했다




축돌이 : 김기현
UEFA B-Lizenz / DFB B-Lizenz 유럽축구연맹 / 독일축구협회 B 라이센스 지도자 자격증 보유
www.trainertalk.net
koreaemi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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