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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Jan 31. 2017

자기소개서

민.원.상.담.실










공황장애란 말이 쉽게 들립니다. 

에이디에이치디 같은 말도 굳이 병리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키즈맘 카페에서 더 많이 회자됩니다. 결벽 역시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가벼이 넘겨주는 요즘입니다. 

오랫동안 글을 써오며 자신도 모르게 굳은살 박히듯 글에 대한 결벽이 생긴 것 같습니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리를 넓게 벌리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보수의 자세를 취해 왔던 몇 가지 일들...아이들 재워 놓고 꾸역꾸역 쓴 글을 에스엔에스에 가벼이 올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결벽증처럼 제 안에서 굳어졌습니다. 혹시나, 불시에, 제가 이 땅에서 사라졌을 때 그렇게 쓴 글들을 가족과 가까운 몇몇이 알아주었으면 해서, 그나마 외산(?)이라 에이에스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구글에 그것들을 쌈짓돈 같이 꿍쳐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식탁 밑에 흘린 밥풀을 주워 먹는 마흔 중반이 되자, 뭐가 그리 깐깐했을까 싶기도 하고, 사람 냄새도 그립고...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라는 공간이 마음에 들어 새로이 둥지를 옮겨보려 했지만, 팔로워 수가 현금처럼 통용되는 사이버 세계에서 이사할 곳을 찾아 헤매는 전세금 모자란 세입자의 기분을 느낄 줄 몰랐습니다. 


이곳에 올린 글은, 할 줄 아는 게 태권도 밖에 없었던 아내(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세 살 된 큰딸을 데리고 이사 왔던 전의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보고 들은 칠 년 동안의 기록입니다. 

육로로 연결되었지만 마을 이정표 건너부터 바다가 시작되지 않을까 여겨지는 섬 같은 곳. 뭍사람의 언어가 금방 눈에 띄고, 추측과 소문이 실체보다 먼저 진실로 둔갑해 버리는 곳에서, 무시와 배고픔이 두렵고 이제 젖먹이 딸을 둔 사내임을 마을에 알리고자 외지外地사람이 대한민국의 모국어로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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