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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Jan 29. 2017

Don't worry, be happy

민.원.상.담.실





인간은 춥고 배고팠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 몰래 불을 훔쳐 그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신들은 불이 세상을 혼탁하게 할 거라 경고했지만, 처음 그 불은 따뜻했고, 굶주림을 채웠고,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집들이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급하게 도배만 하고 들어왔다던 집주인의 말에 더 보탤 것 없을 만큼 작고 수수한 집이었습니다. 상부(喪夫)하시고 홀로 되신 집이라 가구 없는 빈자리마다 체온 없는 쓸쓸함이 놓여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그 자리를 채우고 제법 사람 사는 냄새가 날 무렵, 생각지도 못한 음식들이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졌습니다. 그릇을 올려놓는 손은 아파트 복도 청소, 간병인 일 등으로 몇 년 새 더 야위고 주름졌지만, 오랜만에 빨간 루주를 바르고 환히 웃으시는 모습이 여느 집 이태리 가구보다 고왔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은 분이란 걸 알고 있기에 기름진 음식들과 입가심으로 나온 과일에 식혜까지 먹고 나자 건넛방 문틈으로 보이는 제가 사 온 휴지 꾸러미가 왜 그리 작고 초라해 보이던지……. 집주인의 대접에 허세 따위는 없었습니다. 고깃값도 올랐고 채소도 비싸 분명히 무리하셨을 테지만 덕분에 몸과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불의 가치는 따뜻하며, 주림을 채우며, 무엇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데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난방비와, 곧 태어날 둘째 아이에게 입힐 것 먹일 것을 준비하며 마음은 닭 가슴살보다 퍽퍽해 갑니다. 그럴 때마다 그날 집들이 기억을 떠올리며 바비 맥퍼린의 노래 Don't worry, be happy를 읊조립니다. 



In every life we have some trouble

모든 삶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야. 

But when you worry you make it double

하지만 걱정하면 그것을 두 배로 만들 뿐이지. 

Don't worry, be happy.

그러니 걱정하지 마, 행복하라구.


한 달 전, 집주인께서 전의에 분식집을 차리셨다며 개업식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그날처럼 빨간 루주를 바르고 밝게 맞아 주시는 주인의 머리 위에 커다란 간판이, 다시 한번 불의 가치를 증명하듯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해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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