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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Jan 29. 2017

민.원.상.담.실









큰 딸아이가 교회에서 금붕어를 받아 왔습니다.

제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그랬는지 대충대충 키웠는데 계절이 바뀔 때도 변함없이 좁고 뿌연 어항 속을 깊은 바다처럼 느리게 헤엄쳤습니다.

 

설에 부모님을 뵙고 왔습니다. 예전 제 방에 어머니가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김치냉장고 두 대가 들어찬 걸 빼고는 모두 익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뉴스가 끝나면 잠자리에 드시고, 어머니의 예민한 신경도 그대로입니다.

 이모들이 모두 중풍을 앓다가 떠나셔서 소소한 일들은 신경 쓰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학원차가 어린애 치었더라 넌 잘하고 있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시원이 잘 보살펴주냐, 지난번 보내준 쌀 비싼 건데 찰지더냐, 니 발의 각질은 어쩌려고.... 정말 어쩌려고 웬 걱정이 그리 많으신지. 집으로 내려오는 차에 먹을 거 입을 거 바리바리 눌러 담으시고 도착하는 대로 꼭 문자 넣으라던 어머니의 눈에 비친 제 모습은 아직 자라지 않은 일곱 살 어린아이인 채였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아이들 맞을 준비로 이곳저곳 청소하다 주전자 속 꽁꽁 언 물을 보고 순간 마음이 크게 동요되었습니다. 


아! 금붕어. 


얼어붙은 듯 미동도 않던 녀석은 어항을 톡톡 두드리자 고개를 휙 돌립니다. 못된 주인에게 보내는 금붕어의 쿨한 새해 인사 같았습니다.


혼자 잘 난 듯 이리저리 분주하게 지내며 나 하나 잘되는 거 자신의 유일한 기쁨으로 여기시는 분들을 자주 잊곤 합니다.나의 무신경함이 한랭전선처럼 싸늘하게 울타리를 치더라도 부모님은 여전히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드넓은 삶의 지경을 포기하고 좁고 뿌연 제 삶 안에 머물며 조용히 헤엄치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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