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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Feb 26. 2017

민.원.상.담.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삼사 학년 아이들이 욕을 한다. 

공놀이를 하다가 흥분하여 독한 말을 내뿜는다. 

머리에서 나오지 않고 뱃속에서 끓여 나온 말은 타액처럼 냄새나고 귓가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의 기분을 더럽히고 수치를 주는, 욕이 가진 본래 기능을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사용한다. 


욕은 사춘기를 거치며 똥오줌 같은 생리현상쯤으로 치부된다. 알고 지내는 어느 중학생의 에스엔에스 게시판에 욕만 한 바가지 적혀 있는데도 피해 당사자는 천연덕스럽게 ㅋㅋ이라 댓글을 단다. 

보통의 언어와 욕설이 한데 뒤엉킨 언어의 혼재 속에, 그들의 욕은 새로운 발화의 과정이자 그 세계의 방언쯤으로 가벼이 여겨진다. 


어른에게 있어 욕은 뗀돌이나 죽은 동물의 뼈처럼 상대에게 위협을 주고 자신을 지키는 원시적인 무기이자, 타인으로부터 자기 새끼와 가정을 보호하는 경계의 표식이 된다. 

자신이 독을 품은 짐승임을 알림과 동시에 다이다이로 붙기 전 상대의 간을 보는 허세로도 사용된다. 

자동차를 몰다가 갑자기 끼어든 트럭에 가장이 저 xxx라고 외치는 욕은 나와바리를 침범한 외부 공격에 반응하는 용자의 포효처럼, 구성원들을 단단히 결속시키고 무장케 한다. 

딸만 둘에다 소심하기까지 한 나는 그렇게 욕을 뱉을 자신이 없다. 오히려 조수석에 발을 올리고 있는 연약한 아내를 타박할 뿐이다. 

발 좀 내려! 백미러 안 보이잖아! 


그랬던 내가 아내에게 욕을 했다. xx라고 아내의 얼굴을 향해 토악질하듯 내뱉고는 그대로 안방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무시당했다는 감정이 이성까지 마비시키며 아내는 그 순간 내가 때려눕혀야 할 적이 되었다. 어린애처럼 이기적이었고, 그래서 당장 돌멩이를 집어 들었고, 쓰러진 상대를 보며 함부로 내 영역에 침범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껏 몸을 부풀리고 허세를 부렸다. 내 몸속에 끓어오르는 이기와 인정과 권위의 욕구欲求를 발산하지 못해 삭아 문드러진 욕欲의 찌꺼기가 욕辱으로 산화되어 입 밖으로 악취를 냈다. 나는 겨우, 그 정도의, 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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