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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Feb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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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상.담.실









뭔가 풀리지 않으면 해결될 때까지 밥도 안 먹고 잠도 미룬 채 끝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저를 두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참 피곤한 성격이다. 


그런 가족들에게 전 이렇게 되받아 칩니다. 


크리에이티브를 모르는 범인凡人들은 절대 이해 못해! 


그날도 운전대를 잡고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는 저를 아내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딸아이 방에서 읽었다던 동화 하나를 들려줍니다.


게으름뱅이 딸을 가진 엄마가 있었어. 

어느 날, 그 딸은 엄마가 맡긴 파이 다섯 개를 모두 먹어치웠지. 속이 상한 엄마는 이렇게 노래를 불러. 우리 딸은 하루에 파이 다섯 개를 다 먹어치웠네. 


그때 집 앞으로 왕이 지나가자 엄마는 부끄러워 노래를 바꿔 불러. 

우리 딸은 하루에 실 다섯 타래를 자을 수 있다네. 


왕은 당장 딸을 신부로 삼어. 그리고 이렇게 말해. 

열한 달 동안 실컷 먹고 실컷 자고 놀 수 있지만 마지막 한 달 동안은 하루에 다섯 타래씩 실을 자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목을 자를 거야. 그리고 약속한 열두 달이 되자 왕은 딸에게 실을 자으라 명령했어. 


딸은 이제 죽는구나 하고 울고 있는데 작은 난쟁이가 들어와 키득거리며 말하는 거야. 

실은 내가 자아줄게, 그 대신 마지막 날까지 내 이름을 알아맞히지 못하면 넌 내 거야! 


딸은 난쟁이의 도움으로 실을 얻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이름을 맞히지 못했어. 딸은 사람들을 보내 그의 이름을 알아오라고 시켰지만 아무도 알 수가 없었어. 딸은 시름시름 야위어 갔지. 


드디어 마지막 날 밤, 저녁을 먹던 왕은 갑자기 크게 웃으며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낮에 사냥을 나갔다가 동굴에서 이상한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아무도 모르지 내 이름은 톰팃톳! 아무도 모르지 내 이름은 톰팃톳!’ 


딸은 그날 밤 탐욕스러운 얼굴로 찾아온 난쟁이에게 이렇게 말해.

네 이름은 톰팃톳! 

난쟁이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버렸지.


오랫동안 직접 동화도 쓰고 책도 만들던 제게 낯익은 이야기였습니다. 


그거 제이콥스 동화잖아, 왜? 


우리 삶이 그런 것 같아.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시간에 너무도 쉽게 해결돼 버릴 때가 있어서 말이야. 


그저 흉물스러운 벌레라 여기던 누에고치에서 아내는 실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앞에 매끄럽고 윤기 흐르는 비단 한필을 펼쳐 보입니다. 익숙한 동화 한 편으로 엉키고 설킨 제 마음을 풀어준 그는 진정 크리에이티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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