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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Apr 01. 2017

미아

민.원.상.담.실









결혼기념일과 어린이날이 겹치는 5월 5일. 

가족들은 며칠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근사한 휴일 계획을 세웁니다. 좋아하던 축구 중계보다 딸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를 봐야 하고, 매콤한 쇠고깃국에 더 이상 고춧가루를 넣지 못하는 집안 분위기 상, 나들이 장소의 무게 추도 자연히 아이들 쪽으로 기웁니다. 급기야 목적지는 에버랜드. 5월 5일의 유원지는 사람 반 물 반인 성수기 해운대보다 더한 인파로 넘실댑니다. 어찌어찌 표를 끊고 추로스를 한 개씩 들고 입가에 설탕 한 가득 묻히고는 회전목마 앞에 줄을 섭니다. 그때 젊은 엄마가 시퍼런 안색으로 다가와 묻습니다.  


우리 아이 못 보셨어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는 아이의 옷차림과 신체의 특징을 이야기하지만 행여 이 많은 사람 속에서 봤다 손치더라도 눈에 각인될 여유가 없을 터였습니다. 고개 저을 사이도 없이 엄마는 사람들을 헤집고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사라집니다. 양 손에 잡은 두 딸아이의 손을 다시 한번 세게 부여잡으며 잔인한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내 아인 괜찮아라고.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귀성길 교통사고처럼 빈번합니다. 시시티브이에 찍힌 아이는 우물쭈물 식판을 들고 서 있다 음식을 뱉어냅니다.  선생은 아이를 후려칩니다. 그 모습을 본 같은 반 아이들도 겁에 질린 모습입니다. 신뢰와 온정, 배려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좁은 도량이 울화를 삭히지 못하고 터지는 그 모습이 자신과 닮아 섬뜩합니다. 직접 손찌검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마음으로 때린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구속된 그 선생을 보며 과연 혀를 찰 자격이 있는지 자신에게 묻습니다.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데 드러눕거나 다리에 매달리며 방해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생각 없이 던진 아이들의 말이 날카롭게 날아와 박히는 날이 있습니다. 사리를 따져가며 잘잘못을 가려주지만, 곧장 핸드폰을 꺼내 울면서 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어느덧 하루가 저물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와 소파에 널브러지는 건, 육체의 피로보다 하루 종일 눌러 담은 복잡한 감정이 분출되지 못한 탓입니다. 풀린 눈으로 저녁 준비를 하는 아내를 바라봅니다. 


나, 이 일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덩치 큰 어른이 엎드려 내쉬는 자조와 탄식이  좁은 방을 채웁니다. 

감정이 흔들릴 땐 일단 피해 봐. 조절할 자신이 없을 때 훈육하려 하면 위험해. 

칼질 서툰 사람이 요리하겠다고 설치다 제 손을 베인 느낌입니다. 감정이 흔들려 손대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도려낸 서툰 이 사내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저녁밥을 먹습니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모르는 어린 두 딸은 별 것도 아닌 일에 뭐가 좋은지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갑자기 그날 유원지에서 아이를 잃고 헤매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상 기온으로 후덥지근했던 그날, 나 또한 아이를 잃어버릴까 양 손이 미끌거리도록 아이의 손을 잡고, 안고, 업었던 그날의 기억. 지금 함께 하는 아이들이 맡겨진 타인의 자식이라 조금 끈적인다고 금세 손을 놓아 버린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묻습니다. 자신이 세게 붙잡고 있는 건 아이들의 손이 아니라 선생이라는 직무, 교육이라는 철학, 주위의 시선과 기대감들이 가득 들은 짐 보따리가 아닐까 하고. 해가 뜨면 얼른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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