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상.담.실
몸이 너덜거릴 만큼 피곤해도 아이가 잠들 때까지 몇 권이고 책을 읽어줍니다.
기관지가 약한 아이가 새벽녘 물을 찾을 때마다 벌떡벌떡 잘도 일어납니다. EBS에서 아이 양육에 관한 다큐나 강좌를 할 때 꼼꼼하게 찾아봅니다. 백과사전에 가까운 아동 응급처치 책도 밑줄 그어가며 읽습니다.
아직 탯줄로 이어진 듯, 아이의 세미한 호흡과 움직임에 아내의 몸이 자신의 몸처럼 반응합니다. 그런 아내가 아이를 때렸습니다.
세 살 무렵, 집에 돌아오니 큰 아이가 무릎을 꿇고 서럽게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눈물 콧물 범벅에 힘겹게 울음을 삼키느라 목에서 꺽꺽 소리를 냅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아내가 그렇게 끝낼 줄 알았습니다.
그럼 엄마랑 약속한 대로 세 대 맞는 거야. 알았지?
파리채로 내리친 고사리 손은 금세 빨갛게 부어오릅니다. 당황한 마음에 아내를 막아섰지만 아내는 기다리라 눈짓합니다.
약속한 매를 모두 맞고도 아내의 훈육은 끝나지 않습니다.
생각해,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인사 잘하고 말 예쁘게 하라고 했었지?
작은 몸뚱이는 눌러 담은 설움을 토해내지 못해 부들거립니다.
너무 심한 거 아냐? 아직 애잖아...
아이의 통증보다 갑절이나 아픈 아내의 마음을 이 무심한 남편의 몇 마디가 할퀴고 갑니다.
그랬던 이 아빠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날, 훈육을 빙자하여 아이의 마음에 매질을 합니다. 아이가 받아들일 여유도 없이 느닷없이 날아온 날 선 말들이 아이를 사정없이 때리고 갑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세 대를 약속하고 매를 때렸던 것과 달리, 아이에게 아빠는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울다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때 아내가 때린 세 대의 매는 나이테처럼 아이에게 성장의 흔적으로 남겠지만, 아빠의 흥분한 말들은 불에 덴 자국으로 남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