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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Sep 29. 2021

책과 발의 변증설

책(冊)’의 부수도 멀경몸(冂)이다

<책과 발의 변증설>

 

책은 인류가 만들어 낸 지식의 보고이다. 이 책을 눈으로 보고 머리에 넣어 지식을 생성한다. 지식은 인간으로서 우리 삶을 영유케 한다. 삶을 영유케 한다는 말은 머릿속 지식을 몸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실천을 해야만 머릿속 지식이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어서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학문이라 부른다. 머리보다 발이 가장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제아무리 머리가 명령을 내려도 발이 없으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학문의 완성은 그래 발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소중한 발을 아래 것으로 본다. 얼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발을 너무 천시 여긴다. 그저 발에 양말 한 켤레 신겨주면 되는 대상으로만 본다. 위 것인 얼굴 가꾸기에 온 정성을 다한다. 요란한 지식 치장만큼이나 야단스럽게 화장품을 바르고 꾸민다. 30년 전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만도 못한 머리에 주입한 한 줌 지식을 뽐내는 ‘안하무인종(種)’들이라도 만날작시면, 가히 가관(可觀)인 이유가 그래서이다.


 ‘책(冊)’의 부수도 멀경몸(冂)이다. 뜻은 ‘멀다, 비다, 공허하다’는 의미이다. 머릿속에 구겨 넣은 지식은 아무짝에 쓸모없다. 이렇게 되면 지식의 보고인 사전은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책 따로 나 따로인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는 여기서 생겨난다.

 

발이 소중한 줄 알아야 제대로 된 학문을 한다. ‘발 족(足)’을 옥편에서 찾아보면 ‘발’ 이외에 뿌리, 근본, 그치다, 머무르다, 가다, 달리다, 넉넉하다, 충족하다, (분수를) 지키다, 이루다, 되게 하다,… 따위 다양한 뜻들이 보인다. 모두 사람의 삶을 주재하는 의미들이다. ‘뿌리’니 ‘근본’은 아예 그 사람 자체를 의미한다.


책에 관한 속담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책개비 열두 개(갈래가 많고 변덕이 심하여 매우 복잡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따위 5개 정도이다. 발은 ‘발이 의붓자식[맏아들/효도 자식]보다 낫다: 성한 발이 있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도 할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다는 말)’ 따위로 속담만 102개에 관용구도 75개나 검색된다.


얼굴에 신경 쓰는 반만큼이라도 발에 관심을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될 때 머릿속 지식이 삶으로 이어지고 학문이 된다. 학문의 발걸음이 이어질 때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각종 부정과 비리가 사라지고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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