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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01. 2021

할머니

붕어배래기엔 늘 도라지 껍질이 묻어 있었습니다.

학교에 수업하러 가다 한 전철역에서 보았습니다. 

이제 막 문해를 마치신 한 할머니의 글 (책 읽어 주는 할머니). 거친 삶을 진솔하니 적어내렸습니다.
 
 난 영등포 당산동 구석방에서 이 손자를 기다리며 도라지를 까시던 할머니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할머니는 손자 밥을 해주러 낯선 서울에 올라 오셨습니다. 손자 먹일 콩나물 값이라도 버시려 도라지를 까셨지요. 도라지진으로 손은 갈라지고 퉁그러지셨지요. 저고리 도련과 붕어배래기엔 늘 도라지 껍질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난 너무 창피하였습니다. 그 할머니가 내 삶인 것은 먼 훗날 알았습니다.
 
글은 독자에게서 완성됩니다.

오늘은 가을하늘이 꽤 높을 것입니다.
"할머니, 학교 다녀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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