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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04. 2021

발이 스승이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도 다시 챙겨보아야겠습니다

발이 스승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문자 좀 쓰자면, “사람의 얼굴은 아나 마음은 알지 못한다(知人知面 不知心).”, 혹은 “호랑이의 겉은 그리나 뼈는 그리기 어렵다(画虎画皮 難画骨)”라는 말쯤 될 것입니다. 과학적 사고와 과학적인 삶을 자랑으로 여기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거리는 138억 광년입니다만, 고작 6,371㎞밖에 안 되는 지구 내부는 볼 수 없습니다.


꽃은 낮에만 필까요? 달맞이꽃, 박꽃, 하눌타리꽃은 밤에 핍니다. 물은 끊거나 나눌 수 없다고요? 혹 동빙가절(凍氷可折)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흐르는 물도 겨울철 얼음이 되면 쉽게 부러진다는 뜻입니다. 물을 얼리면 끊는 것도 간단하군요. 이제 물을 나누어 볼까요. 물의 원소 기호는 H2O입니다. H인 수소 2개와 O인  산소 1개로 나눌 수도 있군요. 이렇듯 세상은 상식에 뻐그러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언젠가 지인과 가까운 시외를 거닐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선생님, 발이 스승이더군요”


눈으로만 사물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어리석었지요. 제 아무리 밝은 눈이라도 발이 데려가지 않으면 어림없는 일인 것을. 생각해보니 발품 팔지 않고 되는 일이라고는 없습니다. 그래, 신들메를 고쳐 매고 신발창이 날깃날깃 해지도록 돌아다녀야만, 그제야 눈이 알아차립니다. 더욱이 눈이야 그저 제 주인이 탐하는 것만 보여주는 것뿐이지요. 하여, 눈이 아닌 발이 스승인 까닭입니다.  

가끔씩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도 다시 챙겨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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