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보여주다

'층시(層詩)'라고도 하고, 또 탑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보탑시(寶塔詩

by 휴헌 간호윤

향내가 나는 옷을 잡고 옥 베개를 밀치고는 동년배와 가무를 해도 모두 가증한 사내뿐攬香衣推玉枕送歌舞同春莫非可憎兒

시를 보여주다

시를 꼭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글은 그림과 같다하니, 아래와 같이 보이는 시도 있다. 운초 김부용(金芙蓉, 1820~1869)이라는 기생이 지은 <부용상사곡(芙蓉相思曲)>이다. 가난한 선비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기생의 길을 걸은 여인이다.

이러한 시를 '층시(層詩)'라고도 하고, 또 탑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보탑시(寶塔詩)'라고도 한다. 서양에서는 시 그림(poempictures)이라고 부른다. (^^탑 모양인데 깨지는군요.)


헤어짐別

보고픔思

길은 멀고路遠

소식 더뎌信遲

생각은 임에게念在彼

내몸은 여기에身留玆

수건과 빗 눈물에 젖었건만巾櫛有淚

가까이 모실 날은 기약 없어紈扇無期

향기론 누각 종소리 울리는 밤香閣鍾鳴夜

연광정에서 달은 떠오릅니다練亭月上時

외론 베개 기대어 못다 한 꿈 놀라 깨倚孤枕驚殘夢

가는 구름 바라보니 먼 이별에 슬픕니다望歸雲悵遠離

만날 날만을 근심으로 손꼽아 기다리니日待佳期愁屈指

새벽마다 정 밴 글 펴 들고 턱 괴고 울지요晨開情札泣支頣

초췌한 얼굴로 거울 대하니 눈물만 흐르고顔色憔悴開鏡下淚

흐느끼는 노랫소리 기다리는 슬픔 머금었네歌聲嗚咽對人含悲

은장도로 애간장을 끊어 죽는 것 어렵지 않으나提銀刀斷弱膓非難事

비단신 끌며 먼 하늘 바라보니 의심만 자꾸 느네躡珠履送遠眸更多疑

봄 지나 가을도 안 오시니 낭군은 어찌 신의가 없나요春下來秋不來君何無信

아침저녁으로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첩만 속는 게 아닌가요朝遠望夕遠望妾獨見欺

대동강이 평지가 된 뒤에나 말을 몰고 오시려 하시는지요湞江成平陸伋鞭馬其來否

장림이 바다로 변한 뒤 노를 저어 배를 타고 오시려는지요長林變大海初乘般欲渡之

전일 이별한 뒤 만날 길 막혔으니 세상일을 누가 알 수 있고前日別後日阻世情無人其測

어찌 그리 끊어져 놀람을 그리 품었는지 하늘의 뜻 누가 알리胡然斷愕然懷天意有誰能知

운우무산에 행적이 끊기었으니 선녀의 꿈을 어느 여인과 즐기시나요一片香雲楚臺夜仙女之夢在某

월하봉대에 피리 소리 끊기었으니 농옥의 정을 어느 여인과 나누십니까數聲淸蕭奏樓月弄玉之情屬誰

생각 말자해도 절로 생각나 대고 몸을 모란봉에 의지하니 젊은 얼굴 아깝구나不思自思頻倚牡丹峯下惜紅顔色

잊고자 해도 잊기가 어려워 다시 부벽루 오르니 외려 검은머리 꾸밈만 가련하다欲望難忘更上浮碧樓猶憐綠鬢儀

외로이 잠자리에 누워 검은 머리 파뿌리 된들 삼생의 가약이 어찌 변할 수 있으며孤處深閨頭雖欲雪三生佳約焉有變

홀로 빈 방에 누워 눈물이 비 오듯 하나 백 년을 정한 마음이야 어찌 바꿀 수 있으랴獨宿空房淚下如雨百年定心自不移

낮잠을 깨어 창을 열고 화류소년을 맞아들이기도 하였지마는 모두 정 없는 나그네뿐罷晝眠開竹窓迎花柳少年摠是無情客

향내가 나는 옷을 잡고 옥 베개를 밀치고는 동년배와 가무를 해도 모두 가증한 사내뿐攬香衣推玉枕送歌舞同春莫非可憎兒

천리 밖 임을 기다리고 기다림이 이토록 심하니 군자의 박정은 어찌 이토록 심하십니까千里待人難待人難甚矣君子之薄情如是耶

끼니때마다 문을 나가 바라보고 바라보니 슬픈 천첩의 외로운 심정은 과연 어떠하겠는지요三時出門望出門望悲人賤妾之孤懷果何其

오직 너그럽고 인애하신 장부께서 결단을 내려 강을 건너와 머금은 정 촛불 아래 흔연히 대해 주세요惟願寬仁大丈夫決意渡江含情燭下欣相對

연약한 아녀자가 슬픔을 머금고 황천객이 되어 외로운 혼이 달 가운데서 길이 울지 않게 해 주세요人勿使軟弱兒女含淚歸泉哀魂月中泣長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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