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이비 셋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헌 간호윤 Oct 08. 2021

공부 잘하는 방법?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공부해도 되는지요?


 

<부신독서도>란 그림이다. 


나뭇짐을 한 동 가득 해 짊어진 소년이 책을 보며 산기슭을 내려오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현재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유운홍(劉運弘, 1797~1859)이 중국 전한의 주매신(朱買臣, 자는 翁子)을 그린 것이라 한다. 주매신은 너무나 가난하여 장작을 팔아서 생계를 꾸렸지만, 어찌나 독서를 즐겨했는지 나뭇짐을 지고서도 책을 보았다고 한다. 


요즈음은 독서가 공부로 이어지고 나아가 입신의 방편으로 들 생각한다지만, 구양수(歐陽修, 1007~1072)라는 이는 “입신은 학문에 힘쓰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학문에 힘쓰는 것은 독서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立身은 以力學爲本하고 力學은 以讀書爲本).” 라 하였다. ‘입신’은 학문에 힘써야 얻는 것이고 ‘학문’에 힘쓴다는 것은 ‘독서’를 해야 한다는 뜻이렷다. 입신의 저 우듬지에 독서 행위를 두는 말이다.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이 황상에게 준 ‘면학문勉學文’으로 독서[공부] 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런데 ‘부지런함’과 ‘이뤄내겠다는 마음가짐’ 단 두 가지뿐이다. ‘면학문’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황상(黃裳, 1788~1870)이라는 제자에게 써 준 글로 황상의  <임술기壬戌記>에 보인다.


조선후기 최고 학자인 정약용이 황상을 처음 만난 것은 1802년, 황상은 그때 유배지 강진에 사는 15살짜리 촌 꼬마둥이였다. 주뼛주뼛 문밖을 서성이는 아이를 불러 세우니, 황상은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꼭 막혔고’, ‘답답하다’는 세 가지 병통이 있는데 공부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정약용은 이 어린 황상에게 ‘면학문’을 써주었다. 황상은 이 글을 보고 공부하여 정약용의 고족제자(高足弟子)가 되었고, 후일 조선의 내로라하는 문장가가 되었으니 그 검증은 끝난 셈이다. 정약용의 ‘면학문’은 이랬다.


“공부하는 자들이 갖고 있는 세 가지 병통을 너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구나. 

첫째 기억력이 뛰어난 병통(病—)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병통은 허황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 이해력이 빠른 병통은 거친 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단다. 머리가 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자는 식견이 넓어지고, 앞뒤가 꼭 막혔지만 잘 뚫는 자는 흐름이 거세지며, 답답하지만 잘 닦는 자는 빛이 난다.


공부를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함(勤勉)’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함(勤勉)’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함(勤勉)’이다. 그렇다면 너는 어떠한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가짐’을 확고히 잡으면 된다(誠意秉心).”


정약용 선생은 공부를 하는 데 단  두 마디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부지런함’, 그리고 ‘마음가짐’. 나뭇짐을 짊어지고서도 책을 보듯, 한번쯤은 공부에 빠져봄 직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어서, 재 너머 저 사래 긴 밭을 갈아보는 것이—.

덤으로 한 줄 더.

“학문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 나아가지 않으면 물러난다(學問 如逆水行舟 不進則退).”


참고: 다산이 두 아들에게 물려준 유일한 유산은 ‘근검’ 단 두 글자였다. 다산 선생은 <또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又示二子家誡)>에서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만한 밭뙈기조차도 없다. 오직 두 글자의 신령스러운 부적을 주니, 이것이면 삶을 두터이 하고 가난을 구제하기에 족하단다. 이제 너희들에게 주니, 너희는 가볍게 여기지 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란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과 좋은 땅보다 훨씬 낫단다. 일생을 쓰더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겨우 아들에게 유산이라고 물려주는 것이 ‘근’과 ‘검’, 단 두 글자였다. “사람에게 말을 주는 것이 금석이나 주옥을 주는 것보다 낫다. 贈人以言 重於金石珠玉” 눈 주고 마음 주어 볼 글귀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 <정중여산(靜重如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