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이비 셋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헌 간호윤 Oct 20. 2021

세태(世態)

옥스포드사전에 '먹방'이 등재되어 세계의 세태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세태(世態), 맞다. 세상이 돌아가는 형편을 세태라 한다. 운동하는 곳에서 65에서 70쯤 돼 보이는 두 분들의 대화다.


“그래 요즈음은 뭘 드십니까? 건강을 위해 육해공, 두루 찾아드시잖습니까.”


“요즈음은 뭐. 부천에는 먹을 곳이 없어서.”


“포천에 있는 닭 집 아세요?”


“아니, 거기에 맛 좋은 집이 있습디까?”


“제가 전화번호 알려 드릴게요. 거기 닭 먹고는 딴 데서 못 먹습니다. 여기서 1시간 30분쯤 걸리니 떠날 때 미리 연락만 하세요.”


“----”


“----”


둘의 대화를 뒤로 하고 나왔다.


아침, 6-7시쯤, 코로나이지만 늘 이쯤이면 헬스 샤워장은 나름  붐빈다. 거개는 50대 중반 이상 연령층이 대부분이다. 주제는 늘 간단하다. 건강, 먹는 것, 자식 자랑, 그리고 여행 정도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불편하지만 아침에 헬스 샤워장은 
따로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몸도 개운하여 가끔씩 들린다. 그러고 저런 대화를 들었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열었다. ‘빚쟁이들의 나라’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청년층이 빚 갚는데 수익의 절반 이상을 쓰고 가장 먼저 줄인 것은 식대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 아이들 생활도 저러한 신문 기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맛 집을 찾아다니며 건강을 지키는 늙음과 식대를 줄이며 빚을 갚는 젊음이 묘하게 대비되는 오늘의 세태이다.(모두 이렇지 않다는 것쯤은 다 안다.) 우리의 세태가 옥스포드사전에 '먹방'이 등재되어 세계의 세태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