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감독 르네 클레망/출연 알랑 드롱, 마리 라포레, 모리스 로네/개봉 1960 프랑스, 이탈리아
<태양은 가득히>- 그 욕망과 먹다의 포식성
‘욕망’은 명사가 아닌 포식성 동사인 ‘먹다’이다. <태양은 가득히>는 이 ‘욕망(먹다)’의 잔혹한 포식성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에는 세 가지의 욕망이 보인다. ‘돈과 사랑’, '음식'을 상징하는 ‘먹다’.
1960년, 젊음이의 욕망을 그려낸 알랭드롱이 주연한 영화이다. 붉은 태양과 푸른 바다의 지중해와 나폴리를 배경으로 세련된 옷차림, 고급스런 요트, 자유로운 애정 표현---, 그리고 싱싱하고 화려한 음식 등. 2021년 지금,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부유한 필립과 가난한 톰(알랭드롱 분), 둘은 친구이면서도 친구가 아닌 갑과 을 관계이다. 여기에 필립의 연인 마르쥬가 가난한 톰을 자극한다. 결국 톰은 필립을 요트에서 죽인다. 푸른 바다의 세찬 물결,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바다에 필립의 시체를 버린 톰은 붉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톰은 여권을 위조해 필립의 흉내를 내고,---이를 알아차린 필립의 친구 프레디(프레디 역시 부를 누리는 필립과 같은 부류의 인물)까지 죽인다. 그러고는 프레디의 시체 옆에서 태연히 닭요리를 먹는다. 톰은 필립이 프레디를 죽인 것으로 조작하고 프레디의 변사체를 본 사람들은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나 비밀이 밝혀진 톰의 뒤로 태양의 포식성이 작렬하고 있었다. 그것은 '먹다'라는 욕망의 끝이 빚어낸 은유이다.
톰의 동선에는 항상 시장이나 식당 등이 따라다닌다. 그곳은 모두 지중해의 풍성한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저 톰의 동선에서 요즈음 우리 현실을 본다. 길거리에 넘치는 음식점, 백종원이란 이름은 전국 골목골목마다 크게 걸려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까지 등재되었다는 반찬, 불고기, 치맥, 삼겹살, 갈비, 김밥, 잡채, 동치미, 그리고 이들을 대표하는 '먹방', 과연 물질과 욕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먹방의 나라 대한민국이다.
오늘도 이 방송 저 방송, 이 거리 저 거리에서 물질에 대한 욕망과 식욕이 빚어낸 '먹다'를 탐욕스럽게 보여준다. 영화의 원제 자줏빛 정오(Purple Noon)처럼, 그 붉은 붉은 포식성을-.
보충: 이 영화의 '톰(알랭드롱 분)'을 리플리 증후군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리플리 증후군은 과도한 신분 상승 욕구 때문에 타인에게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은 자신마저 속이고 환상 속에서 살게 되는 유형의 인격 장애이다. 하이스미스(Highsmith, P.)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