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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28. 2021

<인연>2

“사랑할 때까지만 열심히 사랑하세요.”


<인연>


“사랑할 때까지만 열심히 사랑하세요.”


어느 책에서 읽은 인디언들의 혼인식 축사이다.


어디 남녀 간의 혼인뿐이랴. 모든 인연 또한 그렇다. 인연이 있기에 만난 사람이다. 그리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벗으로, 동료로, 애인으로,---명칭은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인연이다.


불교에서는 인(因)과 연(緣)을 곧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과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으로 풀이하고 있다. 해석이야 어떻든 인연이란 두 사람이든 세 사람이든 여러 관계 힘으로 맺어진 끈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계성을 지닌 인간인 것처럼 끈은 언젠가 끊어지는 게 속성이다. 물론 쌍방이 끊는 경우도 있고 어느 한쪽이 끊는 경우도 있다. 여하간 인연의 끈이 끊어졌다는 결과는 동일하다. 인연이란 상대와 관계이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인연에는 딱 두 가지밖에 없다. ‘인연을 맺다’와 ‘인연을 끊다’이다. 맺으면 인연이지만 끊으면 인연은 거기까지로 이연이 된다. 고운 인연이든, 미운 인연이든 간에 언젠간 그렇게 끊어지고 만다.   


그러고 보면 모든 인연(因緣)은 반드시 헤어지는 이연(離緣)인 것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보모 자식 간도,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 간도, 우정으로 맺어진 친구 간도, 직업으로 맺어진 직장동료 간도, 하다못해 이해관계로 맺어진 관계도, ---모든 인연은 이연이 된다.


지금 내 몸은 수많은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다. 언젠가는 모두 끊어질 인연들이다. 그러니 이미 내 몸에서 끊어져 나간 이연에 가슴 아파하지 말자. 이미 삭아 곧 끊어질 인연에도 슬퍼하지 말자. 가닥가닥 끊어진 이연의 끈을 애써 이으려 하고 삭은 인연의 끈에 연연하기에는 아직도 내 몸을 칭칭 묶고 있는 인연의 끈이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인연이 끊어져 이연이 되기 전에 더 열심히 인연의 끈을 잡아당겨야 한다.


그러니 인디언들의 혼인식 축사야말로 참 혜안의 말인 듯싶다. 그래, 어쩌면 ‘사랑이 식기 전에 열심히 사랑하세요.’라는 의미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인연에 대한 말로 바꾸어질 수 있다.


“인연이 있을 때까지만 열심히 인연을 맺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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