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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30. 2021

양주지학(揚州之鶴)과 탐천(貪泉)

"일체향전간(一切向錢看)! 모두 돈만 보세!"


중국 남조 때 양(梁) 나라 은운(殷芸)의 『소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소원을 이야기했단다. 어떤 이는 양주 자사(揚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했고, 어떤 이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했고, 또 어떤 이는 학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날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자 맨 마지막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허리에 십만 관(貫)의 전대를 둘러차고, 학을 타고서 양주 자사(場州刺史)로 가고 싶다네[願經十萬貫, 騎鶴 上場州]."


이를 줄여 '양주학(揚州鶴)'이라고도 하는데,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다 가지려는 끝없는 욕심을 비유한 말로 종종 쓰인다. 사람의 욕심이란 저토록 끝이 없는 법,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더욱 저러하다.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든 대장동만 하여도 그렇다. 이 물질 때문에 모두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돈'과 '명예', '권리'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며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전통적인 세 강자였다. 그런데 요즈음 '돈'님이 삼두체제를 허물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성하고 황제로 등극하더니, 내친김에 신격화까지 넘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인이 뜻을 모아 이렇게 외친다.


"일체향전간(一切向錢看)! 모두 돈만 보세!"


컴퓨터는 0과 1, 두 개만을 가지고서도 모든 정보와 계산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듯, 오늘날에는 돈만 가지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녕 이제 돈을 더럽다고 아도물(阿堵, 이까짓 것으로 부르거나 '무물불성(無物不成,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 이란 말에 손사래를 칠 이도 없는 시대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덕담으로 주고받는다.


 태어나 지금까지 물질에 관한 한 젬병인 나다. 이것이 덕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갓 글 선생에 지나지 않는 나도 그런 세상인 것만큼은 분명히 안다. 아마 우리는 집집마다 마을마다 탐천(貪泉)이란 샘을 파고 또 파나보다.  탐천은 욕심 샘이다. 석문수(石門水)라고도 하는데, 이 물을 마시면 결백하던 성품도 변하여 물욕이 생긴단다. 


이 탐천을 동이 째로 마시고 돈과 명에, 권력에 휘둘리는 이들을 예사롭지 않게 본다. 바른 삶을 정립한 경제인과 지식인의 초상이 그래 그리운 시절이다.

아도물: 중국 황연(王衍)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그는 청렴 고결함을 표방하여 ‘錢(돈 전)’이란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그에게는 돈은 한낱 ‘이까지 것’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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